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세상을 거꾸로 보기 시작했었는데
순수를 간직하고 살고 싶다.
이슬처럼 맑고 투명하고 산뜻하며 신선한
티 없이 깨끗한 무색무취의
그런 순수를 간직하며 살고 싶다.
그 색을 알 수 없는 연못 속으로 떨어지는
한 방울 새벽이슬이 되더라도
연못에 닿는 순간 내 모든 것이 바뀌어
그 속에서 동화되는 순간까지만 이라도
난 순수를 간직하고 싶다.
새벽마다 그런 이들이 모여
이 혼탁한 연못이
조금이나마 투명해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그 물에 닿는 순간
그 순간 이나마
내게 접하는 작은 부분을
찰나의 투명함으로 이끌 수 있는
그런 새벽이슬 같은 순수를 간직하고 싶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세상을 거꾸로 보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물구나무서서 날 이상 한양 바라보며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자 한다.
그들과 얘기하려고 서 버린 물구나무인데
이상하게 세상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두팔로 걷는 법을 가르쳤고
이젠 뛰라고까지 한다.
이런 세상살이가 익숙해지려 하지만
삐죽삐죽 서 있는 머리칼과
하늘로 떨어지는 내 주머니 속 동전은
내가 분명 거꾸러져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지만
난 벌써 바로서는 법을 잊어버렸고
그런 날 바로 세워 주는 이는 세상에 있지 않았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세상을 거꾸로 보기 시작했었는데
그들은 날 거꾸러뜨려 놓고
이게 정상이라고 강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