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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Aug 20. 2016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세상을 거꾸로 보기 시작했었는데

이슬


순수를 간직하고 살고 싶다.


이슬처럼 맑고 투명하고 산뜻하며 신선한

티 없이 깨끗한 무색무취의

그런 순수를 간직하며 살고 싶다.


그 색을 알 수 없는 연못 속으로 떨어지는

한 방울 새벽이슬이 되더라도

연못에 닿는 순간 내 모든 것이 바뀌어

그 속에서 동화되는 순간까지만 이라도


난 순수를 간직하고 싶다.


새벽마다 그런 이들이 모여

이 혼탁한 연못이

조금이나마 투명해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그 물에 닿는 순간

그 순간 이나마

내게 접하는 작은 부분을

찰나의 투명함으로 이끌 수 있는


그런 새벽이슬 같은 순수를 간직하고 싶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세상을 거꾸로 보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물구나무서서 날 이상 한양 바라보며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자 한다.


그들과 얘기하려고 서 버린 물구나무인데

이상하게 세상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두팔로 걷는 법을 가르쳤고

이젠 뛰라고까지 한다.


이런 세상살이가 익숙해지려 하지만

삐죽삐죽 서 있는 머리칼과

하늘로 떨어지는 내 주머니 속 동전은

내가 분명 거꾸러져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지만

난 벌써 바로서는 법을 잊어버렸고

그런 날 바로 세워 주는 이는 세상에 있지 않았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세상을 거꾸로 보기 시작했었는데

그들은 날 거꾸러뜨려 놓고

이게 정상이라고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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