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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Dec 12. 2017

내 심장에 박혀버린 너

뜬금없이 전율과 같은 치명적인 아픔으로 순간순간 날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내 심장에 박혀버린 너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검지 손가락 끝마디가
전율과 같은 치명적인 아픔으로
순간순간 날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바라보다 찾아낸
검지 손가락 끝마디에 박힌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가시 하나

얼마 전 부서진 식탁을 수리하다 박힌 것인지
한참 전 책상 의자를 끌다 부딪쳤을 때 박힌 것인지
늘그랬듯 칠칠치 못하게 이것저것 만지다 박힌 것인지
난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아픔이 내 모든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었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난
생각할 겨를 없이
당연하다는 듯
가시를 빼기로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검지 손가락 끝에 박힌 가시를 빼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이 없는 난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걸 빼기 위해 칼로 바늘로

긁어도 보고 파 보기도 했다.


가시는 빼낸 듯한데
내 검지 손가락 끝에선
생각보다 많은 피가 나기 시작했다.


솔직이 가시가 전부 빠진지도 모르겠다.
아픔이 달라져 그냥   빠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이일을 하기 전엔

가시 때문에 피가 나진 않았고

언젠지 모를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아팠던적이 없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정도 피가 날걸 난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정도의 상처는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가시를 빼서 그렇겠지만
전율과 같던 그아픔은 사라진듯한데
내가 낸 상처가 더 커 보인다.


이것 때문이겠지

전과 다른 아픔이 같은 자리에 찾아왔지만
괜한 짓을 한 것 같진 않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갑자기
헛웃음이 나온다.
정말 오랜만에 웃어본다.

지금도 아파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였는데
내 심장에 박혀버린 너를 빼면

내가 온전히 살 수 있을까.


널 빼내며 생길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아직 내겐 없다.

다행인가
헛웃음이 나온다.

고맙게도

아직 심장에 박힌 너는


적어도

전율과 같은 치명적인 아픔으로
순간순간 날 힘들게는 하지 않고 있으니

고맙게도

헛웃음이 나온다.


손가락 끝에난 상처는 아물게 확실한데

용기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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