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전율과 같은 치명적인 아픔으로 순간순간 날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검지 손가락 끝마디가
전율과 같은 치명적인 아픔으로
순간순간 날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바라보다 찾아낸
검지 손가락 끝마디에 박힌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가시 하나
얼마 전 부서진 식탁을 수리하다 박힌 것인지
한참 전 책상 의자를 끌다 부딪쳤을 때 박힌 것인지
늘그랬듯 칠칠치 못하게 이것저것 만지다 박힌 것인지
난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아픔이 내 모든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었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난
생각할 겨를 없이
당연하다는 듯
가시를 빼기로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검지 손가락 끝에 박힌 가시를 빼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이 없는 난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걸 빼기 위해 칼로 바늘로
긁어도 보고 파 보기도 했다.
가시는 빼낸 듯한데
내 검지 손가락 끝에선
생각보다 많은 피가 나기 시작했다.
솔직이 가시가 전부 빠진지도 모르겠다.
아픔이 달라져 그냥 난 다 빠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이일을 하기 전엔
가시 때문에 피가 나진 않았고
언젠지 모를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아팠던적이 없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정도 피가 날걸 난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정도의 상처는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가시를 빼서 그렇겠지만
전율과 같던 그아픔은 사라진듯한데
내가 낸 상처가 더 커 보인다.
이것 때문이겠지
전과 다른 아픔이 같은 자리에 찾아왔지만
괜한 짓을 한 것 같진 않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갑자기
헛웃음이 나온다.
정말 오랜만에 웃어본다.
지금도 아파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였는데
내 심장에 박혀버린 너를 빼면
내가 온전히 살 수 있을까.
널 빼내며 생길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아직 내겐 없다.
다행인가
헛웃음이 나온다.
고맙게도
아직 심장에 박힌 너는
적어도
전율과 같은 치명적인 아픔으로
순간순간 날 힘들게는 하지 않고 있으니
고맙게도
헛웃음이 나온다.
손가락 끝에난 상처는 아물게 확실한데
용기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