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에 젖었을 때처럼 난 이별에 온 마음이 젖어 버렸고
그날 난
소나기에 젖은 줄 알았다.
언젠가 하염없이 맑은 날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순식간에 온몸이 젖어
어딘가 있을지 모를 처마 밑을 찾아
아무 생각 없이 달려본 적이 있다.
다행히 찾은 처마 밑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고
소나기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소나기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다.
소나기가 오기 전엔 알 수 없었지만
난 늘 비 오는 모양만 봐도
소나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고
그 느낌은 늘 적중했었다.
그날 난
소나기에 젖은 줄 알았다.
행복한 시간이 영원할 거라 믿고 있던
어느 날이었고
특별할 것 없던 그냥 그런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예측조차 할 수 없이
갑자기
너무 순식간에 찾아온 나의 이별은
내가 그것을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내 온 마음을 이별에 젖게 만들어 버렸다.
어디론가 피해야 했는데
그땐 피할 생각 조차 하지 못했고
가만히 그 자리에서
내게 찾아온 이별을
그냥 온 몸으로 전부 받아 버렸다.
순식간에 내 마음은 이별로 흠벅 젖어 버렸다.
소나기에 젖었을 때처럼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이별에
온 마음이 젖어 버렸고
난 그저
고스란히 이별 비에 흠뻑 젖은 그 상태로
지금의 이별이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그때 처마 밑에서 기다리던 시간처럼
지금의 이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