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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Aug 02. 2017

히든 피겨스(2017)- 테오도어 멜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가치

 피부색 혹은 젠더 등등. 21세기인 현재에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 전혀 의미 없을 거 같은 우주 전쟁에 두 최강대국이 미친 경쟁을 벌이던 20세기 중반, 어쨌든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세 명의 흑인 여성은 그 모든 차별을 이겨내고 나사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영화 <헬프>(2011)에서도 보았지만 미국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그 시대에선 당연한 것이었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노골적인 흑인 차별이 사라진 것은 채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젠더의 차별까지도 함께 받아야 했던 여성들이다.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이 되는 장면이라 좀 식상하긴 하지만 연구의 책임자인 케빈 코스트너가 인종을 구별해 놓은 화장실의 팻말을 부셔버리는 장면에서 역시 인간의 가치는 필요에 의해서야 결정되는 것인가 하는 약간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차별이 공기처럼 만연해 있는데 단지 연구시간이 낭비된다는 이유로 이 차별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겨우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정말 어리석은 동물이며 못하는 것도 없는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팟캐스트 방송이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진행자가 왜 모든 변화는 천재들의 몫인가 하는 이상한 한탄을 했는데 약간 황당했다. 이 영화의 여성들처럼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산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모든 사람이 승리자가 될 수는 없다. 옥타비아 스펜스가 분한 도로시는 독학으로 포트란 언어를 공부하고 멋지게 자신의 동료들을 변화의 물결 속에서 모두 나사에 살아 남기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포트란 언어를 혼자서 독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도로시는 평범한 흑인 여성은 아니다. 결국 여기서도 흔히 말하는 노력을 요구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노력을 하면서 살 수는 없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머리가 천재적인 것도 아니다. 불이익을 당해도 조금 편하게 쉬운 길을 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사람들을 다 루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그 변화를 만들어 냈기에 천재라는 말을 듣는 것이지 천재라서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행자의 말은 왠지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이 차별의 근원을 깊이 있게 드려다 보지는 못하지만 오락영화로써는 그리고 어쨌든 세상에 만연한 차별이라는 것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 <히든 피겨스>(2017)- 테오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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