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디렉터스 컷>(2024, 타셈 싱)

영화의 모든 것은 꿈이자 현실이며 인생은 영화 속에서 살아간다

by coron A

꿈은 아이들만 꾸는 것이 아니다. 꿈은 포부이며 야망이기도 하고 잠을 자는 모든 사람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그럼, 영화는 무엇일까? 침대에 누워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로이의 꿈은 영화에 있었다. 로이는 잘생긴 스턴트맨이며 사랑스러운 여인의 연인이었다. 스크린에서 피어나는 환상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영화의 가장 강력한 주체이며 꿈을 완성하던 실제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촬영 중에 일어난 사고는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렇게 침대 위에서 절망에 빠진 로이에게 어느 날 삐뚤빼뚤한 글씨의 편지 하나가 날아든다. 그리고 그 편지의 주인공인 알렉산드리아가 그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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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부러진 알렉산드리아는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오직 한 쪽 팔만 불편한 그녀는 하루 종일 병원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닌다. 호기심 가득한 다섯 살 어린아이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다. 이민자인 가족 속에서 엄마를 돕기 위해 오렌지를 따다가 다친 그녀는 생활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는 꿈과 포부보다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중요한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지만, 그 삶의 최전선에서도 환상을 꿈꾸며 영웅을 동경한다. 로이가 들려주는 대서사시는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하고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그녀를 이끈다. 그 전면에 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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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을 돌며 강렬한 화면을 만들어낸 이 영화의 모든 것에는 장인의 손길 같은 감독의 세심함이 담겨있다. 태초에 영화가 태어났을 때, 영화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열차가 도착하고,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공장문을 나서고, 한가하게 피크닉을 즐기는 어떤 가족의 모습과 정원에 물을 주는 사람 등 평범한 일상이 스크린을 채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화는 일상생활을 넘어선 다양한 이야기로 변화해 갔다. 기차를 강탈하는 강도의 이야기나 국가가 탄생하던 과정이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는 사람을 태우고 달로 날아가고 암울한 미래 세계를 창조하며 심지어는 스크린을 찢고 들어가는 판타지를 창조해 냈다. 대규모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갖춘 꿈의 공장은 이러한 영화의 세계를 견인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그 어떤 위험한 장면이라도 영화를 만드는 카메라나 배우, 특히 스턴트를 담당하던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꿈을 이루어갔다. 영화 <더 폴:디 오리지널>은 스크린의 전면을 채우는 아름다운 배우들의 그림자를 담당하던 사람들의 꿈을 용감하게 재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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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영웅 중 한 사람인 스턴트맨 로이는 판타지를 완성하는 마지막 주체다. 현재의 영화는 CG라는 기술로 사람을 보호하지만, 그때 그 당시 환상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은 안전장치가 전무한 목숨을 걸어야 할 작업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 모든 것을 꿈꾸며 동경했다. 예를 들어 영화 <바빌론>에서 보여준 스튜디오의 촬영 장면은 매우 흥미롭다. 주연 배우인 브래드 피트는 마지막 열매를 따길 기다리며 점점 고주망태가 되어가지만, 스펙타클한 화면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엑스트라와 스턴트맨은 카메라 앞에서 목숨을 건 전쟁을 한다. 석양이 아름다울 때쯤 술에 취한 주연배우는 기억나지 않는 대사를 읊지만 이미 모든 장면은 카오스 속에 완성되어 있다. 그 시절 그때처럼 이 영화 <더 폴>의 감독은 모든 것을 빚어냈다. 전 세계의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 다섯 영웅을 세우고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찬란한 서서시를 만들었다. 알렉산드리아가 영화 속에서 겨우겨우 찾아낼 수 있는 로이의 얼굴을 이 영화는 전면에 세워 감춰진 스크린의 영웅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 속에는 CG가 들어갈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스튜디오가 보여주었던 꿈의 공장을 동경하며 로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알렉산드리아의 스크린에서는 악마 같은 오디어스는 얼굴을 내세우는 배우로 치환된다. 그리고 그녀의 일상을 함께하던 모든 사람이 배우가 된다. 그녀의 꿈이 삶이며 그 삶은 바로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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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세상의 모든 스턴트맨에게 찬사를 보내며 ‘땡큐!’를 외치는 알렉산드리아의 마지막 내레이션 위에 그 옛적 목숨을 건 스턴트 푸티지를 헌정한다. 로이의 절망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그는 영화라는 매체의 최종 도착지인 모두와 함께하는 관람 속에서 편안한 얼굴을 되찾는다. 회복된 알렉산드리아는 로이를 그리워하며 오렌지나무 사이를 뛰어다닌다. 그렇게 그들의 삶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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