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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Jan 19. 2019

<레토>(2018)-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청춘의 이름

<레토>(2018)-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영화가 시작되면 80년 초 구소련 락신의 최고의 스타였던 마이크의 그룹 주파크의 공연이 꼼짝달싹 할 수 없는 관객들의 앞에서 펼쳐진다. 여기서는 빅토르 최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심지어 객석에서 조차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마이크가 공연하던 그 무대 위에 선 빅토르의 시선은 객석에서 자신이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멘토가 되어준 마이크를 찾는다. 주파크가 공연한 무대에서 키노의 공연이 시작되고 아내인 나타샤와 함께 느지막이 들어오는 마이크는 공연을 시작하는 빅토르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등을 돌리고 나간다. 이미 스타였던 마이크의 공연으로 시작된 영화는 이렇게 마이크의 뒷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우리에게는 사망 이후 도착했고 이미 구소련의 영웅이었던 락스타 빅토르 최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이전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 <레토>는 빅토르 최의 이야기기라고 하기에는 당시 락신의 최고의 스타였던 마이크의 존재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듯하다. 화면 속에서 중심에 서 있는 이는 빅토르가 아닌 마이크다. 무작정 음악을 들고 찾아온 빅토르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눈길을 보내는 아내를 바라보고 그의 노래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녹음을 하고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까지 그는 가장 정점에 서있다 사라져가는 스타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런 마이크의 주변에서 빅토르는 그를 동경하고 아름다운 그의 아내를 동경하는 재능은 넘치지만 서툴고 거친 청춘 그 자체다. 빅토르는 그의 음악을 칭찬하는 마이크에게 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항변을 툭 던진다. “아직 미완성이야.”    

  영화는 자유와 반항의 상징으로 러시아의 인민들의 영웅이었던 빅토르 최가 아닌 설익고 거친 그러나 아름다웠던 그의 청춘을 이야기한다. 구소련 공산세계의 검열과 억압의 공기아래서 갈망하던 그들의 자유와 청춘을 서구의 락음악을 통해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MTV 스타일의 감각적인 화면으로 보여준다. 마이크와 빅토르가 함께하는 락의 동지들은 영화 전제에 흐르는 흑백화면에서 이질적으로 등장하는 MTV 스타일의 컬러풀한 화면이나 아니면 극적인 장면에 불쑥 나타나서 외친다. “이건 불행히도 사실이 아니에요.” 불의나 부조리를 보고 그 자리에서 반항하고 거칠게 항거할 수 있는 젊음이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이러한 장면들은 그들의 젊음을 진솔하고 위트있게 보여준다. 자신의 노래에 대해 당당하고 검열과정에서 코믹송이 아니라고 항변하던 빅토르도 마이크의 뒤에 배정된 자신의 공연을 튀게 하고 싶어 우스꽝스런 흰 블라우스를 급하게 갈아입고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그런 그가 결코 우스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가는 관객들을 붙잡기 위해 마이크는 기타를 들고 나와 빅토르의 노래에 호흡을 맞춰 일렉기타를 연주한다. 그들의 청춘은 그렇게 그 시대를 살아나갔고 성공한 자의 위치에 서서 자신을 향해 올라오는 신인을 끌어주는 마이크의 모습은 성공을 갈망하는 빅토르의 공기가 되어준다.       

  

 거칠 것이 없는 젊음이라고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고 항변하고 사고치는 젊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들은 자유를 억압당하고 열정을 기만당해도 락으로 그들의 청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빅토르는 마이크의 주변에서부터 서서히 중심으로 들어오며 마이크가 섰던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설익은 무명의 시절에 그는 공연의 성공을 위해 우스꽝스러움을 자처하고, 동경하는 멘토의 아름다운 아내의 주변을 맴돌지만 다가가지 못한다. 알려지고 인기를 얻기 시작해도 여전히 동경의 대상인 마이크를 찾는 그의 시선은 러시아 인민들의 영원한 영웅으로 남아있는 빅토르의 영혼을 좀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러한 빅토르 최의 아름다운 영혼을 연기하는 유태오의 싱그러움이 빛을 바라는 이 영화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 같다. 청춘의 다른 이름은 동경과 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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