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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Nov 18. 2020

룸(2015)-레니 에이브라함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17살 조이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닉)에게 납치되어 작은 방에 감금된 삶을 살게 된다. 그 고통스런 삶을 벗어나려 많은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결국 탈출에 실패하고 절망해갈 즈음 잭을 낳게 된다. 작은 방안에 갇혀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조이와 잭 모자, 7년이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조이는 기지를 발휘해 나가지 않으려 떼쓰는 잭을 달래서 방을 빠져나가게 만들고 조이의 계획을 잘 실행한 영리한 잭에 의해 두 모자는 7년의 걸친 긴 세월을 뒤로하고 그들을 가두고 있던 작은 감옥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두 모자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된다. 그러면 이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납치당한 채 7년을 갇혀 살았던 한 여인의 탈출기일까 아니면 7년간 작은 방 안에서 절대 떨어져 있을 수 없었던 어떤 모자에 관한 이야기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렇게 단순한 의미로 구분 지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극단의 난관에 처한 한 인간이 본능적인 힘으로 살아남은 이야기이며 그것이 좋던 나쁘던 간에 어쨌던 인생의 한 시기를 마감한 이후의 성찰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서 셀 수 없는 무한대의 인간들의 삶 중 어떤 한 지점 그리고 그 시기를 떠나보내는 작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절망에서 살아난 고통을 털어내기 위한 날 선 몸부림이 존재하며 이별을 넘어 삶에 고하는 애틋한 아픔이 존재한다. 삶이란 것이 그러하다. 내가 겪어온 일들이 어떤 고통의 시간이었던 간에 영화 속 잭처럼 이별의 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복기도 필요하다. 그런 성찰 없이 덮어버린 삶의 어떤 부분은 또다시 염증처럼 자라나 전체의 삶을 송두리째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나간 과거라 할지라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떤 결론이 났는지 마무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잊어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이후 가슴 깊이 묻던 망각의 저편으로 잊어버리던 해야 한다. 조이나 잭처럼 극단의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그 사람들을 우리는 목도하였으므로 우리는 관찰자로서의 복기를 해야 한다. 그것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복기의 과정 동안에 또 다른 어떤 상처다 생겨날 수도 있다. 어찌됐건 흉터가 남겠지만 그것은 그저 흉터일 뿐이기 때문이다. 흉터는 그저 흔적일 뿐이다. 그리고 이 아문 흉터는 정말 어떤 고통스런 일들을 이겨낸 증거이기도 하다. 

 

  삶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앞서 나가기만 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아마도 뒤를 돌아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상처투성이로 주저앉아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 돌아서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냥 전진만 한다면 어쩌면 가장 안쓰럽고 불쌍한 인생을 스스로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를 계속 없애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성찰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아마도 이미 깊이 병들어 있을 것이다. 그 삶이 피폐해진 것조차 모르고 모든 구성원이 서로에게 칼을 휘두르고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참혹하고 비참한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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