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진실과 정의는 어디까지일까?
작고 조용한 마을에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다. 어떤 이유인지 아이는 선을 밟지 못해서 길을 다니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이 아버지의 친구이자 마을의 유치원 선생님은 이러한 아이를 위해 마중도 나가고 배웅도 해 준다. 상상력이 남달랐던 아이는 어느 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선생님에게 연정을 고백하지만 아이의 고백을 별 의미 없이 무심히 거절한 선생님에 대해 그 파장이 어떤 사태를 불러올 지도 모를 거짓을 유치원 원장에게 말한다. 아이의 강박증이나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순진한 아이의 증언이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조용히 신속하게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거짓말, 의심, 불안, 폭력까지 작은 마을에서 이러한 험악한 일들이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판이 커져버린 거짓에 의해 폭력이 난무하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진실을 외치고 다시 조용해 질 때까지 그 댓가가 참혹하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의심이 지나갔다 할지라도 이미 뿌리 내려버린 거짓은 여전히 끝나지 않을 린치로 남아있다. 이 일에는 시작도 끝도 없고 잘못한 사람도 없고 그저 사람들의 마음속에 실체가 없는 루머만 남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계속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 시골마을(아마도 어릴 때 어른들에게서 들은 누구집 숟가락 몇 개 젓가락 몇 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이라는 점이 무섭고 믿음이라는 인간 마음속의 잣대를 어디로 어떻게 가져다 놓아야 옳은 것인지 어려운 숙제를 던진다.
영화 속에 던져진 가장 큰 딜레마는 무엇일까? 인간이 끝없이 안고 살아야 할 것, 인간의 얄팍한 오만에서 벌어진 거대한 착각, 어떤 진실이든 또는 그 뒤편에 등을 맞대고 있는 거짓이든 쉽게 깃발을 들었다 내렸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정의란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명제를 사람들이 거의 모르고 산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