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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Jan 05. 2021

밝은 미래(2003) - 구로사와 기요시

서로 다가가기 위해서

   개봉 당시에 영화를 봤을 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영화를 다시 보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미래의 사회현상에 대한 묵시론적 예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 합격>(1999)이 그러했으며 <회로>(2001)가 그러했다. 영화 <밝은 미래> 속의 세대가 충돌하는 모습은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갑질 문제와도 어떤 의미에서는 맥을 같이한다.


   유지와 마모루가 일하는 공장의 사장은 자신 이후의 세대는 그냥 맘대로 다룰 수 있는 도구쯤으로 본다. 특히나 이들이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일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듯 보인다. 그리고 마모루의 아버지 신이치로는 자신 이후의 세대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로 본다. 그 어려움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마모루 형제와의 벌어진 틈을 메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모두들에게 서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해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마모루의 '해파리 적응시키기'는 세대간이 서로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맹독을 가진 붉은 해파리는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함부로 만지면 목숨을 잃을 만큼 위험하다. 사장은 그들의 젊음을 부러워하며 그들을 함부로 다루려 하다 마모루라는 맹독 해파리에게 죽음을 당한다. 결국 마모루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유지에게 자신이 해파리를 길들이듯 자신의 의지를 계속 이어가라고 신호를 보낸다. 마모루가 해파리를 다루는 모습은 아직 뜨겁게 튀는 유지에게 하듯 계속 어르고 달래고 참는 것이다. 도시락 가게에서 싸움을 하고 온 유지에게 튀지 말고 참으라 하고 사장의 월권에도 계속 참으라고 말한다. 결국 자신도 유지를 대신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세대이지만 해파리를 적응시키는 일을 유지가 계속 이어가며 그 의미를 스스로 깨닫기를 바란다.


 마모루의 죽음 이후에 유지가 이어가는 마모루의 뜻을 미숙하지만 신이치로가 옆에서 돌봐준다. 유지가 앞으로 나가가는 속도는 너무나 더디고 아직 떠나지 못한 마모루의 유령이 신이치로와 유지의 관계를 여전히 지켜본다. 도쿄에 적응했지만 결국 사람들에게서 위험한 존재로 처리되기 시작한 마모루와 유지의 해파리들은 다시 바다로 향하고 유지는 그것을 지켜본다. 하지만 신이치로는 마모루의 전언이었다는 그 미몽을 놓지 못하고 해파리에게 죽을 뻔한다. 그래서일까?  어느 날 신이치로는 아버지의 공장을 떠돌고 있는 마모루의 유령을 향해 있고 싶을 때까지 있으라 말한다.


   결국 무모한 도전을 하다가 도리킬 수 없는 일을 한 마모루와 마모루 덕택에 그 선을 간신히 지킬 수 있었던 유지, 그리고 아들의 죽음과 함께 온 유지를 돌보는 신이치로. 그들은 모두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이 가고 있는 방향은 같고 다만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세대의 거리감을 분할화면을 이용한 인물의 배치로 또는 다양한 화면의 톤으로 표현해내는 것들은 기요시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기요시의 영화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유령이라는 타자는 늘 인간과 함께하며 계속 변화해 간다. 게다가 그들은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인간에 대해 영원한 타자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인간들의 삶의 구성인지는 그의 필모속에서 쌓여가고 변화해간다.


   유지의 방바닥 아래로 쓰윽 들어오는 해파리들의 행진, 어쩌면 그 이후 기요시의 유령들이 출현하는 방식의 모티브가 된 것은 아닐까. 최근의 그의 영화들은 부조리함을 극복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에서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는 유령이라는 타자를 오히려 사회의 현자로 등장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q9sHc-OVOmw  (너무나 애정 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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