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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Jan 05. 2021

마스터즈 오브 호러1:담배 자국(2005, 존 카펜터)

내 안에 영화라는 기억

         영화란 기억의 덩어리다. 어디에 숨어있던지 그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보기 시작할 때는 우리의 내면에 숨겨진 기억과 운명적으로 만나야 한다. 영화 <담배 자국>은 가슴을 울리는 영화다. 흔히 하위 장르라 불리는 슬레셔 호러를 통해 영화가 가진 가장 위대한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찾는 영화의 제목은 <la fin absolue du monde>, '세상의 종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첫 상영 시 극장에서 일어난 유혈 사태로 인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전설의 영화다. 이 사실은 세상의 모든 영화광을 자극한다. 하지만 엄청난 전설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희미해지고, 이 엄청난 영화를 경험했던 극소수의 영화광들은 전설을 기억하지만 그 문신 같은 기억을 지우려고도 한다. 어떤 영화가 존재했었다는 망각 속에 잠재워둔 기억은 영화 수집에 집착하는 컬렉터에 의해서 다시 상기되고 이후 영화를 찾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은 바로 시네마데크를 찾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비춘다.


 묻혀있던 전설의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스크린에 당도하고 영사기에 필름이 걸리고 영상은 화면에서 자신이 전설이었음을 천명한다. 그리고 늦게라도 도착한 영화의 힘을 통해 렉터와 헌터 모두 기억의 틀 안에서 어느 한순간도 이 영화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 안에 영화광이길 원하는 우리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좀비처럼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화가 부르는 기억의 텔레파시를 인지하며 영화를 찾는다. 그 기억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에.

 *2006년 처음으로 열린 서울아트시네마의 시네바캉스 때 <마스터즈 오브 호러 1 >이 모두 상영됐었다. 다 보진 못했는데 못 본 영화 중 가장 아쉬운 것이 <HomeComming>이라는 조 단테의 영화다. 이 영화는 끝내 못 봤다. 이 시리즈 어디서 함 해주면 좋겠는데... 내가 썼던 글이지만 왠지 손발이 오그라든다.  


 ** 다시 생각해 보니 이젠 정말 다시 볼 수 없는 '담배 자국' 이구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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