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점은 이 영화의 연출자가 바로 조지 클루니라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자이고 잘 알려진 진보주의자인 그가 스스로도 미국 내 민주당을 바라보는 눈이 아주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연출 또한 그가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만큼 간결하다. 영화를 만드는 이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점이 무엇일까 의문을 가진다면 그것은 무엇을 보여주지 않는가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조지 클루니 감독은 정말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보여주지 않을 것을 모두 뺀 남은 것 그것이 바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극중에서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연설은 정말 저것이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뜬구름 잡는 소리들이다. 더구나 그의 최측근인 선거 보좌관 역시 저런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사람을 당선시켜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정치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주인공 스티브 또한 어떠한가? 마이크를 겁박하는 스티브의 일갈은 이 의미심장한 사실에 쐐기를 박는다. " 당신이 나라를 팔아먹든 국민을 팔아먹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인턴을 건드리면 안 되죠."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선거전이 대선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선에 나갈 후보를 뽑는 것이다. 뽑힐 사람이 얼마나 유럭한 후보인지는 몰라도 그 어느 것도 판가름 난 것이 없다. 이 사실은 미국 대선을 잘 모르는 내가 섣불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만큼 그 선거라는 이면 아래에는 많은 모략과 술수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정말 대선이 걸려 있다면 아마도 더 엄청난 협잡을 보여주지 않을까?
<굿나잇 앤 굿럭>에서도 느꼈지만 감독 조지 클루니는 대단한 재즈 애호가다. 앞선 영화만큼은 아닐지라도 이 영화에서도 유려한 재즈 넘버가 사용되고 있다. 그가 연출한 몇 편의 영화들 중에 그의 한축이 될 듯 한 정치드라마에서 그는 꼭 재즈를 이용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명배우가 현재는 거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남아있 듯 조지 클루니 또한 그런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비록 스타일이 다른 영화들도 있지만 이러한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매끈한 스토리와 연출 속에 그 정치라는 복잡하고 추악한 이해관계의 에너지를 무심하게 감추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라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캐스팅에 관해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폴 자라 역)과 폴 지아마티(톰 더피 역)는 노회해지는 정치꾼이란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과하게 연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혐오스럽다. 뜨는 정치꾼과 그것을 실현할 정치인 그리고 그들 옆에 버티고 있는 정치의 협잡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들. 이 영화에서 군더더기라는 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세련된 연출로 조지 클루니는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정치에서 함께 가야할 두 명제 윤리와 정치, 하지만 그것들의 사이에 서서 그들은 선출을 해야 할 의무를 가진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으며 이 영화는 이것을 정면으로 까발려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 당신들은 무엇을 선택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