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처음으로 온전한 <디어 헌터>를 스크린으로 보다.
스티븐의 서랍 속에 가득 찬 베트남에서 도착한 돈을 발견한 마이클은 곧바로 미국의 패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탈출 러시가 극에 다다른 베트남으로 날아간다.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찾아간 뒷골목의 룰렛 도박장에서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상실한 채 육신만 남은 닉과 마주한다. 그리고 총알은 결국 닉의 머리를 관통한다. 그렇게 마이클은 전쟁이 끝난 베트남의 어딘지 모를 곳에 짐승처럼 버려질 뻔한 닉의 시신을 수습해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른다. 영화 <디어 헌터>의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역시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날아가 버렸었을 마이클과 닉이 마지막으로 조우한 룰렛 장면이다. 그리고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닉의 장례식과 슬픔이란 상처로 젊은 시절을 마감한 남은 사람들이다.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혀버린 치기롭고 아름다웠던 그들의 청춘과 미국의 패전의 비참한 말로가 화면 위로 겹쳐진다. 마이클 치미노의 영화는 정말 영화라고 하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장엄한 스토리의 형식과 이미지를 이상적으로 구현해 낸다. 솔직히 영화 <천국의 문>(1980)에서의 그 과함에는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 <디어 헌터>는 영화에 거대한 규모가 필요한 이유를 가장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워큰이 그렇게 꽃미남인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