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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Apr 15. 2021

Beginners(2010) - 마이클 밀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 4

(*여전히 이 영화의 배경이 2003년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것이 너무나 싫어서 버티다 버티다 바꾼 지 3, 4년 됐나? 스마트폰을 처음 바꿨을 때 친구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이제 네 인생이 바뀔 것이야. ㅋㅋ 정말 많이 바뀌긴 했다. 나는 모든 것에 느리다. 그리고 인생은 느리든 말든 해가 갈수록 짊어져야 할 짐이 늘어가는 것이다. 지금 현재 엄마는 많이 아프다. 그나마 건강하신 아버지는 다행이지만 엄마를 모시고 이제 남은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나에게 커다란 숙제가 남았다. 이 이후 이 영화는 다시 보지 않았다. 왜인지 모든 것이 꿈같다.)


왜 배경이 2003년 일까?


 65년생 올리버의 2003년 나이는 38. 나의 2003년을 생각해 보니 건강이 나빠 저서 11월 29일에 수술을 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몸이 아프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었다. YB의 Ep 앨범 [흰 수염 고래]를 듣고 있는데 ‘사랑은 교통사고’ 진짜 재밌다. 이 팀의 평균 연령도 장난이 아닐 터인데 (나는 스캇이 나이가 어린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더구먼) 두 명 빼고 다들 사십 대에 거의 기혼자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노래라는 것은 놀랍다.


 영화 <Beginners>에도 좋은 노래가 많이 나온다. 나는 올리버와 달리 다행히 2003년도 그리고 현재 2011년에도 부모님들이 나름 건강하시지만 영화 속 올리버의 아버지가 시한부를 선고받고 죽은 나이가 79. 그리고 울 부모님은 71시다. 요즘은 막연하게 두 분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사나 생각할 때가 있다. 해 놓은 것도 마련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철이 부족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또 헛살았다고 자책 중이다. 영화 속 올리버는 개성이 넘치고 재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지만 난 훌륭한 직장인이 아니다. 한 2/3쯤 모자라게 따라가고 있는 실수 많은 비정규직 연구원일 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쫙~ 깔린 닭장차들을 보니 혈압 오르고 짜증 난다. 지금의 내 삶에서 올리버처럼 ‘애나’ 같은 교통사고가 찾아올 것이라고 절대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혼란스럽다. 늘 걸려오는 2G를 무료로 스마트폰으로 교체해 주겠다는 전화가 싫고 250M 아이리버가 드디어 맛이 가버려서 새로운 MP3를 앞 뒤 생각하지 않고 신 내린 듯 주문해 놓고 지금 패닉에 빠져 있다. 며칠 전 다시 본 <My back page>(2011)에 대해 쓴 글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고 늘 그렇듯 나의 한계를 확인한 것에서 머무른다. 영화를 본 뒤늦은 점심을 먹고 조용히 책보며 커피 마실 곳을 찾다가 포기하고 아무도 없는 실험실로 다시 돌아왔다. 주중에는 실험실에 늦게 까지 있는 것이 정말 싫은데 주말의 실험실만큼 조용하고 놀기 좋은 곳도 없다.


  <Beginners>는 나 같은 이상한 인간을 딱 절반쯤 대면해 주는 영화다. 나이가 많아도 사는 것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달라지면 어떻게 하나 불안해지기도 한다. 한 번 빠진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끝까지 끌고 가지도 못한다. 삶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알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무섭다. 하지만, 살고 있다.


 이 영화가 올리버와 애나의 생활에 조금 더 밀착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연애라는 것의 본질이 어쩌면 생활을 벗어난 환상일지도 모르지만 또 어찌 보면 이 환상을 생활로 끌고 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늘 아직도 내 생활에 끌고 와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해 교통사고 같은 아니 큰 병 이후의 후유증처럼 끌어안고 삶을 살아야 한다. 나에게 삶이 주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변화라는 것은 아니 더 크게 모든 것을 바꾸는 혁명이라는 것은 아마도 이런 해결 안 되는 물음, 생활에 끌고 들어와야 할 삶의 환상을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리라. 어쨌든 생활해야 하니까.


왜 배경이 2003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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