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타이머 도와줘요
한 번에 한가지 일 하기는 가능한 걸까.
오늘도 듀얼 모니터에는 수많은 창이 띄워져 있고 메신저와 인터넷창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창까지 왔다갔다 한다. 그것도 모잘라 책상위의 커피 그리고 스케치북, 다이어리, 핸드폰까지 손이 닿기 시작하면 정말 3초마다 하고 있는 일이 바뀌는 정도다. 습관처럼 10여분마다 확인하는 인스타그램.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책꽂이 위 먼지까지 챙기다보면 두세시간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잡히는 일은 없는게 보통. 이건 아니다 싶어 책상정리를 하느라 다시 한시간, 스케치와 메모들을 정리하는 데 또 한시간이 흐른다. 이윽고 어둑해지면 출출한 배를 채워야겠고 밥을 먹고 앉은 책상이 말끔해보여 괜한 뿌듯함에, 괜찮은 하루였노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 25분동안은 이것만 하자.
그러다 얼마전 알게된 시간관리법 뽀모도로 테크닉은 참 인상깊었다. 뽀모도로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토마토 라는 뜻이라는데, 25분짜리 토마토모양의 주방용 타이머에서 이 시간관리법이 나왔다고 한다. 이 테크닉이란 걸 만든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분명 집중이 안되어 책상정리를 한바탕 신나게 끝낸 후 조금은 착찹한 마음으로 커피를 따르려 주방에 갔다가 토마토 모양의 앙증맞은 요것을 발견하고 25분동안은 한가지 일만 해볼까 라고 생각했겠지. 이름도 귀엽고 간단해보여 나도 25분 타이머를 맞춰보았다. 25분동안 글만 쓰자고 다짐하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시간이 흘러 지난 25분을 살펴보자면 커피를 내리러 2회 주방을 갔고, 화장실 1회, 카카오톡 답변 3회, 페이스북 좋아요 확인 2회가 뒤섞였다. 분명 글쓰기만 하기로 한거 아니었냐고 스스로를 추궁해보지만, 아마 빨갛고 귀여운 토마토 모양의 타이머가 있어야 할 마음이 생길거같다며 네이버쇼핑에 가격을 알아보자고 유혹한다. 2천원 남짓한 가격에 마우스를 올렸다가 망설이며 다시 글을 써내려간다.
주어진 시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다면 토마토 타이머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텐데. 순간 순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무의식이 무심코 손에 쥐어주는 일들 사이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싶다. 고민의 시간을 줄이고 조바심에 속지 말기. 차근차근 온전한 마음으로 해나가기.
오늘 저녁은 토마토 스파게티를 해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