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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일 때 쓴 시를 찾아…

by 김준태

고3때 쓴 시 같은데, 벌써 음 28년전인가요.

그 땐 뭔가 처절했어요. 저항하고 싶었고, 현실을 노래하고 싶었고, 세상을 대변하고 싶었고, 그랬던거 같아요.


고등학생일 때 쓴 시화가 있어서 차례대로 남겨보겠습니다.


- 눈 -


그 해

겨울이 다가도록 눈은 내리지 않았고

아버진 기울어가는 몸짓으로

기다림도 어울리지 않은 가난이

긴 겨울 소리없는 눈처럼 쌓이는 밤

붉게 멍든 가슴을 어루만졌다.


튼튼하게만 여기던 아버지의 젊음을

끊임없이 되뇌이며 시린 가슴을 만지는 오늘도

가난의 그림자에 흔들리던

쇠잔해진 아버지의 몸부림이

큰 기류처럼 검붉은 피를 토해낼 때

어린 내가슴엔 늘 어둠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겨울속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쓰러지기하는 몸부림을 위해

나는 얼마나 어깨에 힘을 줘야 하는 것인지

하얀 눈 속에 묻혀가는 먼 날 아득한 기억처럼

내 아버지 쓸쓸한 모습을 덮을 수 있을까


그 해

그 겨울이 다가도록 내리지 않는 눈은

쓸쓸함을 파고드는 철새들의 울음소리로만

간간히 흩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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