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놓인 바로 그 나무
외국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된다는 구상나무는 덕유산, 지리산, 가야산 그리고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제주도 방언인 '쿠살낭'으로 불리다 '구상나무'가 되었다. '쿠살'은 성게를 뜻하고 '낭'은 나무를 뜻한다. 즉, 잎이 성게가시처럼 생겨 불린 이름이다.
구상나무 학명은 <Abies koreana E. H. Wilson>으로 'Abies'는 전나무를 뜻하고 'koreana'는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뜻이며 식물학자 'E. H. Wilson'이 1920년 학계에 보고함으로 이름이 붙었다. 1917년 윌슨은 한라산과 지리산에서 구상나무를 관찰한 후 분비나무와 다른 새로운 종이라 생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 씨앗을 아놀드식물원으로 가져가 심었다.
학계발표 이후 구상나무는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되어 세계로 수출됐다. 2012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은 상업적으로 개량되어 판매되고 있는 국외 구상나무 품종을 조사했다. 그 결과 90 품종 이상이 미국, 캐나나,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의 98개 종묘사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즉, 해외에서 개량된 90 품종을 구매할 경우 특허료는 해외 종묘사가 받는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에 대한 주권은 우리나라에 있지만, 구상나무를 개량해 따로 특허를 등록한 구상나무 품종들의 특허권은 이를 개발해서 등록한 사람이나 기관에 있다. 구상나무는 수형이 아름답고 독특한 향이 나는 등 생물자원으로 매우 가치 있는 종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임채은 연구관-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나무 계열 상록 침엽수를 사용하며 여러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 성탄절 분위기를 낸다. 상록수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고 나무 위의 빛은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트리는 16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문화로 추정된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상록 침엽수에 불을 붙인 양초를 달면서 시작된 문화로 시작됐다는 기원이 있다. 독일 -> 영국 -> 미국 ->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 구상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하기엔 경쟁력이 부족하다. 생장도 느리고 더위에 약할뿐더러 기존에 사용하던 나무가 많다. 북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구하기 쉽고 저렴한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나 은빛 전나무를 사용하고. 미국과 호주에서는 미송나무나 발삼 전나무를 이용한다.
물론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떠나서 우리나라 생물자원으로 매우 가치 있는 종이다. 수형이 아름답고 독특한 향이 나서 정원수와 조경수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 식재하고 통풍이 잘 되고 서늘한 곳에 식재하면 된다. 특별히 가지치기가 필요하지 않은 수종이다.
그런데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2013년부터 '위기' 단계로 분류한 멸종위기 종이다. 국립공원연구원은 2018년 기준 지리산 반야봉 일대 1㎢ 서식하던 구상나무 15,000여 그루 중 47%인 6,700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국립공원연구원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기온을 측정한 결과 2012년 -9.1도에서 2017년 -5.8도로 연평균 약 0.76도씩 온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보다 따뜻한 봄이 일찍 찾아오면 그만큼 나무 생장시기도 빨라진다. 이른 시기에 성장한 나무는 꽃샘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는다. 실제로 2006년에서 2015년까지 한라산 구상나무림의 공간분포변화 조사에서 15.2%에 해당하는 112.3 ha가 감소하였음을 보고했다.
정원가로 일하고 있는 나는 내가 가꾸고 있는 나무가 단 한 그루만 고사해도 정말 속상하다. 흔히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하면 자연이 가진 힘에 압도되어 나 자신이 무력해진다. 그럴수록 지속가능한 에너지 그리고 탄소중립을 나부터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추신.
우리 모두 일상으로부터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실천하면 어떨까요?
자료출처 및 사진출처
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05994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037247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2208
https://m.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1712261700025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