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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Mar 12. 2024

김유정의 단편소설 속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

 봄이 왔다. 따사로운 봄 햇살 사이로 찬 바람이 느껴진다. 봄을 더욱 즐기고 싶은데 내가 가꾸는 정원에는 벌써 '풀(Green Mosters)'이 올라온다. 벌써부터 그들과 전쟁을 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서운 한파를 이기고 겨울눈이 올라와 꽃을 피우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2월 소복이 쌓인 눈 사이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여러해살이풀인 '복수초(福壽草)' 꽃이 올라올 때면 정원가인 나는 슬슬 봄을 준비한다.

봄을 알리는 노란 복수초 꽃

 복수초 꽃이 물러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인 '생강나무' 꽃이 피면 확실하게 봄이 왔음을 느낀다. 어렸을 때 나는 산에 돌아다니면서 어린 생강나무 잎을 따서 집에 가져가곤 했다. 그날은 항상 부모님께서 저녁에 고기를 구워주셨고 나는 고기를 생강나무 잎에 싸서 먹었다. 유독 생강나무의 어린잎은 알싸한 향과 달콤한 향이 짙게 났다. 어릴 적 추억 때문일까? 생강나무는 내게 상상만 해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무가 되었다. 

오리발을 닮은 생강나무 잎,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나의 어린 시절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던 생강나무는 우리나라 문학작품에서 종종 볼 수 있다. 1936년 '조광' 5월호에 발표된 김유정 소설가의 단편소설 '동백꽃'에는 동백나무가 아닌 '생강나무'가 나온다.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김유정 <동백꽃> 중

 

생강나무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와 한창 피어드러진 노란색 꽃을 가진 나무는 '생강나무'이다. 생강나무는 잎이나 나뭇가지를 꺾어 향을 맡아보면 '생강' 냄새가 난다. 그래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3월 중순에 피어드는 꽃은 '산수유 꽃'과 헷갈린다. 나무껍질인 수피를 보지 않고 멀리서 꽃만 본다면 헷갈린다. 아래 사진에서 비교할 수 있듯 생강나무 꽃은 뭉쳐서 피며 산수유 꽃은 꽃자루가 상대적으로 길어 꽃 사이사이 공간이 보인다.

생강나무 꽃과 산수유 꽃

 우리나라 전국 산지에서 볼 수 있으며 3~6m가량 자라는 낙엽관목이다. 암수딴그루로 3~4월 잎이 나오기 전 황색 꽃이 핀다. 꽃이 피고 난 뒤 맺히는 열매는 청색 > 적색 > 흑색으로 변한다. 지역에 따라 생강나무를 '동백'으로 불렀다. 생강나무 열매를 짜서 만든 기름을 '동백유'라 불렀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는 데 사용되었다.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난대수종으로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동백열매에서 짜낸 기름은 상당히 고가였기에 생강나무 열매를 짜서 낸 기름이 대체제로 이용되었다.


추신.

 생강나무는 수형도 관리가 어렵지 않고 수형도 괜찮아 정원과 마당에 조경수로 식재하면 괜찮다. 덤으로 초봄에 올라오는 잎을 따서 고기에 싸 먹을 수도 있고 말이다. 슬슬.. 어린 생강나무 잎 따러 시골집에 가봐야겠다. 


자료출처

1. 김태영,김진석 [한국의 나무, 우리 땅에 사는 나무들의 모든 것] (돌베개, 2023), 77p 생강나무


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060058&tab=&token=#;

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062310#;

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060164#;

https://ko.wikisource.org/wiki/%EB%8F%99%EB%B0%B1%EA%BD%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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