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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Mar 19. 2024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진달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은 1922년 7월에 '개벽'이라는 잡지에 처음 실린 시(詩)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노래로도 리메이크된 진달래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밀하며 익숙한 꽃이며 작품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명문장으로 나이가 들어 시를 감상하면 또 다른 깊이감이 느껴진다.


진달래(Korean rosebay)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2~3m 낮은 키를 가진 낙엽 관목이다. 우리나라 전국 산지에 분포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선 매년 비슬산 참꽃축제가 열리는데 '참꽃'은 진달래를 말한다. (참꽃나무는 따로 있다) '참하다'라는 형용사가 붙은 이유는 진달래는 예부터 식용으로 먹어왔으며 약재로도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달래가 만개한 시기에 언론에서 볼 수 있는 '화전'은 진달래꽃으로 만든다. 이와 반대로 철쭉은 독이 있어 식용하면 안 된다.

진달래와 참꽃나무 출처 <진달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얼핏 보면 '진달래'와 '철쭉'은 헷갈릴 수 있다. 철쭉은 잎과 꽃이 동시에 피어 진달래와 구분한다. 철쭉은 나뭇가지 끝에 잎이 모여달리며 진달래보다 큰 잎을 가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진달래는 차디찬 겨울을 경험해야 꽃을 피우며 철쭉은 겨울을 겪을 필요 없이 따뜻한 온실이나 집안에서도 꽃을 피운다. 그래서 철쭉은 실내 장식으로 이용되며 2월 말부터 철쭉꽃이 만개한 화분을 종종 볼 수 있다.


 온실 속 화초는 문화적으로 '취약함'을 나타내서 그럴까? 차디찬 겨울을 경험해야 꽃을 피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나는 진달래를 바라볼 때면 뭔가 애틋한 감정이 떠오른다. 시대를 떠나 진달래가 주는 느낌은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의 신윤복 화가의 작품 속에도 진달래가 등장한다. 선술집 마당에 피어난 진달래꽃과 아름다운 여인 머리 위에 놓인 진달래꽃을 볼 수 있다.

신윤복 화가의 작품 속 진달래,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진달래>

 우리나라 산을 대표하는 진달래는 도심 속에서도 훌륭한 조경수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성토양에서 잘 적응하며 내한성이 좋아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진달래는 삽목과 발아가 철쭉에 비해 까다로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은 대부분 개량된 일본 철쭉이다. 일본 철쭉은 관리가 어렵지 않고 쉽게 번식되며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신.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무엇보다도 대구광역시 달성군에서 열리는 '비슬산 참꽃문화제'에 방문한다면 참꽃인 진달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요. 올해는 4월 13일 ~ 14일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대구 달성군 비슬산 참꽃축제

추신 2.

진달래는 이처럼 우리 생활 문화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화(國花)는 관습적으로 '무궁화'를 의미하지만, 법적으로 지정된 국화는 아직 없어요. 그래서인지 새로운 국화(國花)를 선정하자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진달래'는 강력한 후보군으로 선정됩니다. 예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한 대중성도 있고 우리나라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은 국화(國花)를 투표할 수 있다면 무궁화인가요? 진달래인가요?


자료 및 사진출처

1. 김태영,김진석 [한국의 나무, 우리 땅에 사는 나무들의 모든 것] (돌베개, 2023), 288p 진달래

https://biseul.kr/front

https://ko.wikipedia.org/wiki/%EC%A7%84%EB%8B%AC%EB%9E%98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4621

https://species.nibr.go.kr/theme/thm03002v.do?art_seq_no=3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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