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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Jan 09. 2024

낙엽 지는 소나무, 일본잎갈나무

낙엽송

 우리가 생각하기에 침엽수는 365일 푸른 잎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알다가도 모르게 몇 년에 한 번씩 오래된 잎을 탈락시키고 새로운 잎을 만들어낸다. (수종마다 기간이 다르다) 잎을 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늘 매일 푸른 잎을 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침엽수 중 '잎을 가는 나무'가 있다. 그래서 이들을 '잎갈나무'라고 부른다. 그중 일본에서 넘어온 잎갈나무를 ‘일본잎갈나무’이라 부르며 현직에 계시는 분들은 낙엽 지는 소나무라는 뜻에서 ‘낙엽송’이라 편안하게 부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잎갈나무는 큰 수난을 겪었다. 여러분도 느낌이 오듯 '일본'에서 온 나무가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논쟁이다. 심지어 이 나무는 일본 '고유종'이다. 원산지 논란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나무를 괴롭혔다.

벌채 대상인가 보존 대상인가

 '일본잎갈나무'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연료목 채취를 위해 황폐화된 산림을 빠르게 녹화하기 위해 빠르게 성장하는 외래수종으로 경제림을 조성했다. 1960년대 화전으로 황폐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목재이용과 국토 녹화를 목적으로 정부 주도로 본격적인 조림이 시작됐다.


 조림된 일본잎갈나무는 오늘날 들어 6영급~1영급까지 있으나 대부분 3~5영급으로 분포하고 있다. (영급 나무 나이 구간으로 나눈 것으로 1영급은 0~10년 성장을 의미한다) 2020년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영급 분포현황 자료에 따르면 31년생 이상인 4영급 나무가 전체의 69%를 차지한다. 즉, 60-7년대 실시한 산림녹화 사업으로 식재된 나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과 국립산림과학원 자료

 오늘날 산림녹화는 분명히 성공했다. '녹화'는 성공했지만 단일수종 속성수를 대규모 식재에 따른 부작용도 일어났다. 먼저, 잎본잎갈나무로 조림된 산은 단일수종이라 병충해와 산불에 취약하고 토양산성화로 인해 다른 수종의 진입이 어려워 생태계 다양성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생태계 다양성 보존이라는 이유로 일본잎갈나무를 벌채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래의 사진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를 어떻게 솎아 벨 수 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한 그루만 베어내더라도 주변 나무에 걸쳐 산림 근로자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아보리스트'는 가능하다. 나무에 올라 정밀하게 주변 나무 손상 없이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태백산=박진호 기자

 또한, 일본잎갈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초기 단계에서는 주근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람에 취약하다. 그래서 민가 주변에 식재된 일본잎갈나무가 여름철 태풍에 의해 쓰러지는 경우가 잦다.


 피라미드 수형으로 곧게 뻗는 일본잎갈나무는 최근 도심에서 조경수로 식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심에 식재된 이 나무의 문제는 사소할 것 같지만 매년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극히 내 경험이지만 가을철 떨어지는 '낙엽'은 주변 이웃과 다투게 되는 방아쇠가 된다.


"아. 저 나무는 가을만 되면 우리 집 옥상에 낙엽을 떨어뜨려 배수구를 막히게 하네"

"정원에 낙엽이 계속 떨어지네"


 나무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을 살펴보면 항상 남의 집 나무가 나를 괴롭힌다. 매 년 발생하는 문제는 사소함을 넘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화근이 된다. 특히, 10m가 넘어가는 '낙엽 지는 조경수'가 그렇다. (그래서 나는 개인 정원에 키 큰 나무 식재를 권장하지 않는다. 물론,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괜찮다)


일본잎갈나무(낙엽송)

 일본 고유수종으로 1904년 국내에 도입된 일본잎갈나무는 초기 생장이 빠르고 햇빛을 좋아하는 극양수로 국내 황폐화된 산림에 많이 조림되어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나무다. 높이 20-30m가량 높고 곧게 쭉 자라며 가슴높이 직경이 60-100cm까지 자란다.


 나무를 베는 벌기령이 우리나라 소나무보다 짧고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으로 높은 수요를 보인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나라 기후에선 나무 식재부터 벌채 그리고 목재 이용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상당히 길다. 그래서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속성수가 필요했다. 빠른 성장은 곧 빠른 목재 이용을 의미했다. 벌기령에 도달한 통직한 목재는 건축재로 사용된다. 2016년 6월, 국내 일본잎갈나무를 이용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을 지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일본잎갈나무는 그렇게 우리나라 목재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다른 수종에 비해 경제적 가치가 뛰어나 건축재 외에도 내장재, 합판, 목공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오래전에는 갱목이나 전봇대로 사용되었다. (최근 개방된 용산 시민공원을 방문하면 나무로 된 전봇대를 볼 수 있다) 식재된 환경에 따라 수형이 결정되지만 보통 넓은 피라미드 형으로 자란다. 수피는 갈색으로 비늘 모양으로 얇게 떨어진다.


추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일본잎갈나무(낙엽송)를 식재하면 피라미드형으로 자라지 않고 나뭇가지가 휘어 자랍니다. 수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적절한 가지치기가 필요합니다. 아! 이 나무에 올라갈 때는 ‘가시’ 조심하세요.



자료출처

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05995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140369#home

https://www.sedaily.com/NewsView/1L2UEFFLYH

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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