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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Jan 23. 2024

분명히 붉은색인데.. - 흰말채나무

  얼마 전 나는 춘천 '제이드 가든'에 방문했다. 이곳은 한화에서 관리하는 수목원으로 넓은 면적과 다양한 수종으로 볼거리가 많다. 특히 등나무 꽃이 활짝 피는 계절에 방문하면 정말 좋다. 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곳에서 산책하면 쌓였던 피로가 순식간에 풀린다.


 하지만, 나는 동료들과 영하 13도의 날씨에 방문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날씨였다. 그래도 가슴을 활짝 펴고 두 손을 뒷짐 진 채 추위를 즐기는 자세로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한 번, 두 번 호흡을 가다듬고 나면 몸과 마음이 맑아진다. 겨울에 느낄 수 있는 이 감정은 정원가인 나에게 정말 큰 축복이다. 그것도 혹독한 동장군이 찾아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이 감정이 말이다.

 힘차게 혼자 걸어가며 주변 나무를 살펴보았다. 높게 솟은 일본 잎갈나무와 층층이 나눠져 있는 층층나무, 모든 잎이 떨어지고 줄기만 남은 등나무 그리고 강전정을 한 은행나무로 미로를 만들어놓은 장소 등 볼거리가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눈에 띈 장소는 유리온실 주변이었다. 그 주변엔 흰말채나무와 노란말채나무가 식재되었고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배경과 잘 어울렸다. 가만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동료가 다가와 저 나무를 가리키며 무슨 나무냐고 물어봤다.


"저건 무슨 나무야?"

"흰말채나무예요"

"붉은색인데???"

"흰색 열매가 열려서 그래요"

"아..?"


 처음 나도 정원을 가꾸는 일을 시작했을 때 의미심장한 마음으로 '흰말채나무'를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겨울에 관상으로 붉은색 줄기가 포인트인데.."

"이게 분명히 붉은색인데... 왜 흰말채나무라고 할까.."


 흰말채나무의 국명은 '열매가 백색인 말채나무'라는 뜻이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광택 있는 붉은빛을 갖는다. 줄기가 황색인 재배종을 '노랑말채나무'라 부른다. 두 종 모두 관상가치가 높아 전국에서 공원이나 정원에 군식으로 많이 식재한다. 높이는 2~3m가량 자란다. 이 나무는 '단독수'로 식재를 하는 것보다 여러 나무를 군식해 산울타리 느낌으로 식재한다.

흰말채나무와 노랑말채나무

 이 나무의 영명은 'Dogwood'이다. 이 명칭은 17세기 초 영구에서 층층나무속(Cornus)에 속하는 나무껍질이나 열매를 넣어 달인 물로 진드기가 붙은 개를 목욕시키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개에 물린 상처를 치료할 때 사용되었다고 하여 'Hound's tree(사냥개 나무)', 'Dogberry(개열매)'라 불리다가 지금의 'Dogwood'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흰 꽃'은 5~6월에 나뭇가지 끝에서 소소하게 피며 '흰 열매는 8~10월에 백색으로 익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화려한 색상을 가진 원예종이 오뉴월에는 너무나 많다. 그들이 경쟁하는 사이 흰말채나무 꽃과 열매는 묻혀버린다.


추신.

모든 생명이 얼어붙어 멈춰있는 듯 보이는 이 순간

우리 주변에 있는 정원과 공원에 방문해 추위를 이겨내 산책을 나가보면 어떨까요?

올 겨울 눈 내리는 제이드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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