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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Jun 21. 2023

전정 가위 연마하는 법

자네가 쓰는 가위를 한 번 보여주겠나?

정원사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더 분주하다. 하나둘씩 약속이라도 한 듯 나와 동료들은 각자 사용할 칼날 연마 도구를 들고 정비 창고에 모인다. 그동안 잘 사용한 장비를 일렬로 세워두고 하나씩 무뎌진 칼날을 연마한다. 동료들이 연마하고 있는 장비를 지켜보면 대충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지레짐작이 간다. 바이스에 고정된 20인치가 넘어가는 기계톱을 보고 있으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톱날 개수가 많은 장비는 연마를 하다보면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아프다.


일을 하다 보면 쇠붙이, 못, 전선, 돌 등 별의별 물체가 칼날에 부딪힌다. 특히 예리하게 연마한 장비가 작업 시작과 동시에 단단한 물체에 부딪혀 칼날이 망가지면 그때의 허망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칼날이 망가진 도구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도구가 한다. 기술자는 주어진 상황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면 된다. 대부분 문제는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도구'로 해결된다. 그렇다면 정원사가 사용하는 도구 중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가위는 어떻게 연마할까?


내가 사용하고 있는 ARS 전지가위

왼쪽 사진에 보이는 전지가위는 비교적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나 뿌리를 제거하는 용으로 사용하고,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전지가위는 비교적 얇은 물체 예를 들어, 꽃이나 잔디를 자르는 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일 사용하기에 칼날을 항상 예리하게 연마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마할 수 있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사용하는 전지가위의 브랜드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관리> 항목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이 방법이 제일 정확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1. 완전 분해 후 연마

2. 그냥 연마


내가 추천하는 방식은 '그냥 연마'이다. 쉽고 간단하다. 아래의 사진은 스위스 펠코(FELCO) 사의 홈페이지에 등재된 가위 연마 방식이다. 전지가위를 한 손으로 파지하고 연마석을 이용해 칼날면은 23도로 연마하고 뒤집어서 뒷면은 5도로 연마하면 날카로운 칼날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각도를 맞춘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펠코(FELCO) 전지 가위 연마 방법 안내


아래 두 사진은 내 전지가위를 직접 연마하는 모습이다. 꽤 오래 사용했다. 칼날이 무뎌지면 그만큼 갈고 닦으며 정비했다. 사족을 붙이자면 정성껏 관리한 도구는 진짜 내 물건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느낌은 내게 행운을 가져다준다. 마치 오래된 자동차를 잘 관리하며 타는 것처럼 말이다.

꽤 오래 사용한 가위로 깊은 정이 들어 계속 사용하고 있다.

추신.

병든 가지를 잘랐다면 칼날 소독을 권장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과수에 발생하는 주요 관리 세균병해와 바이러스 병해는 가지치기 작업 중 작업도구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에 앞서 도구 소독이 중요하다. 

출처 : 농촌여성신문(https://www.rwn.co.kr)


간혹 라이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열에 오래 노출된 철은 변형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위 기사에서 언급한 락스 희석 물이나 알코올 이용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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