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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May 23. 2023

아카시아 나무? 아니, 아까시나무

어렸을 때 '과수원길' 동요를 많이 불렀다.

"동구밭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아카시아 꽃은 우리나라에 없다.

아카시아 나무의 원산지는 열대지역이기 때문이다.

동요 속 나무는 아카시아 나무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국명을 '아까시나무'라고 쓴다.


'아까시나무'는 5월 초 입하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길가에 달콤한 향을 내뿜어준다.

지친 몸을 안고 퇴근길에 아까시나무 꽃 향기가 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흰색 꽃이 축 쳐져있는 나무를 볼 수 있다.

잠시 눈을 감고 향을 깊게 들이마시면 고된 하루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몸과 마음이 회복된다.


아까시나무 꽃이 활짝 피었다.


아까시나무는 꿀을 생산하는 밀원식물이자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질소고정식물로 큰 이점을 가진 나무다. 1890년 중국을 거쳐 일본인을 통해 인천으로 처음 들어왔으며 산을 녹화하기 위해 전국에 심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연탄이 보급되기 전 땔감을 통해 난방을 했었다. 혹한의 겨울을 보내기 위해 산에서 나무를 많이 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산은 점점 황폐해지고 민둥산이 된 산을 복구해야 했다.


성공적인 녹화를 마치고, 땔감이 아닌 보일러 사용이 대중화된 시점부터 '아까시나무'는 소외되기 시작한다.


첫째, 아까시나무는 속성수로 매 년 빠르게 성장한다. 우리나라처럼 한 도시에 인구가 밀집된 공간에 속성수인 아까시나무가 성장하면 병해충과 자연재해로 인해 나무가 고사하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재산과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실제로 도심 속 위험목 제거 의뢰를 받으면 아까시나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둘째, 수령이 길지 않다. 물론 넓은 공간에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영양분이 확실하게 있다면 오래 살 수 있다. 하지만, 아까시나무 특성상 번식력이 강하고 높이도 최대 25m가량 성장하며 나뭇가지가 넓게 퍼지기에 태풍, 폭설로 인한 자연재해로 피해를 받고 고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셋째,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천근성(뿌리가 옆으로 퍼짐), 심근성(뿌리가 깊게 내림)은 토양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아까시나무는 천근성으로 나무는 매년 커지지만 이를 지탱할 뿌리가 약해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이 불면 넘어진다.


넷째, 조상님 '묘'를 침범한다. 유교국가인 우리나라는 '묘'를 관리하는 집안이 많다. 아까시나무는 번식력이 상당히 좋아서 베어도 강한 맹아력으로 그루터기에서 맹아지가 자라는 걸 볼 수 있다. 위의 특성을 종합해서 생각하면 묘 자리에 그늘이 생겨 잔디 생육이 약해지고 뿌리가 침범해 묘를 훼손한다. (묘지와 관련된 흥미로운 나무 이야기가 많다. 차츰 풀어보겠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아까시나무를 기피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시 '아까시나무' 존재가 재조명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아까시나무를 성공적으로 육성한 헝가리에서 목재용, 바이오매스 생산용, 밀원용 등으로 개발된 아까시나무 종자를 도입하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첫째, 경제수종

아까시나무의 목재는 상당히 단단하며 방부처리를 하지 않고도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천연내후성(목재가 썩지 않고 견디를 성질) 1-2등급(유럽기준)으로 분류되었다. 어린이제품의 안전기준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여 국산 아까시나무 목재로 친환경 놀이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표적인 밀원식물로 양농농가에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준다.


둘째, 탄소흡수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은 모든 산업군에 적용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탄소흡수량이 많은 수종을 식별해 식재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30년생 상수리나무는 연간 14.6kg에 육박하며 일반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30~40년생을 고비로 떨어지지만 아까시나무는 나이가 100년이 넘어도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탁월하다.


셋째, 빠른 성장

도심 내에서는 단점으로 다가오지만 산에서는 다르다. 아까시나무 1년생 묘목은 1m까지 자라고 입지가 좋은 은 곳에서는 2~5년생까지 매년 1~2m씩 자라 생장이 상당히 빠르다.


우리나라 산림녹화에 큰 기여를 한 아까시나무.

양농농가에 지속적인 수입을 가져다주는 아까시나무.

도심 내에서 위험수목을 인지되고, 조상님 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미움받은 아까시나무였지만,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골라 심어 자연과 환경을 보전하면서 임업인에게 지속적인 수익이 창출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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