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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May 23. 2023

재앙의 징조, 대나무 꽃?

우리나라 어느 시골 한 마을에 가면

대나무 꽃에 대한 일화를 들을 수 있다.


대나무 꽃이 피고 나면 마을에 재앙이 온다.

마을 온 곳에 들쥐가 나타나 식량을 모두 갉아먹어버린다.

걷잡을 수 없게 번식된 쥐는 마을사람들을 모두 떠나게 했다.


대나무는 꽃을 거의 피우지 않기로 알려져 있는데

무엇을 의미할까.

대나무는 특이한 특징이 있다.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풀이다.

이름에 나무가 붙어서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대나무가 '나무'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부르는 '나무'는 부피생장의 여부로 결정된다.

하지만, 대나무는 부피생장을 하지 않는다. 부피생장에 관여하는 '형성층'의 퇴화로 해부학적으로 풀로 분류된다. 높이 자라는 속도만 세상에서 제일 빠를 뿐이다. (하루에 최고 60cm 자란 기록이 있다.)

우리가 한 달을 상순, 중순, 하순으로 나눌 때 쓰는 순(旬)이 죽순(竹筍)에서 나왔다.

죽순이 나오고 열흘 뒤면 대나무가 되어 못 먹으므로 빨리 서두르라는 뜻이라고 한다.

60년? 100년? 120년? 주기설?

일년생 풀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풀로 분류되는 대나무는 오랜 세월 꿋꿋이 자리를 지키다 갑자기 꽃을 피우고 죽을까. 정확한 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기온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아서, 체내 생리적 변화에 의해서, 균에 의한 가설만이 존재한다.


다른 풀은 꽃이 피어도 잘 살아있던데..

5월 중순 길가를 걷다 보면 많은 이름 모를 풀이 꽃이 이쁘게 펴있다. 이들은 꽃을 피웠다고 죽음을 암시하지 않는 것 같다. 대나무 꽃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잎이 자랄 자리에 꽃이 자라 광합성을 못하게 되고, 열매를 맺는데 양분을 사용하다 보니 생존에 쓸 영양분이 없어져 땅속줄기까지 죽는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외정 선생님 논단을 살펴보면 아래의 내용을 언급하셨다.

첫 해는 꽃이 펴 땅속줄기까지 죽고, 다음 해 군데군데 풀처럼 작은 싹이 터 올라 자라다가 꽃을 피워 다시 죽기를 두 번 반복한다. 그런 다음 네 번째 해 봄에 나오는 작은 대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고 살아남아 새로운 군락을 이루지만 예전의 대밭처럼 복원되려면 약 10년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월등한 이산화탄소 흡수량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권수덕 연구관은 '대나무의 산업적 이용과 미래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대나무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9.34 CO2톤/ha. 이는 우리나라 주요 생육 수종인 합나무(15.40 CO2톤), 낙엽송(9.62 CO2톤), 중부지방소나무(7.68 CO2톤) 등에 비하여 현저한 많은 양이다.


대나무 활용

한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 안고 잘 수 있는 죽부인, 죽염, 죽통, 낚싯대 등등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대나무 제품은 무엇인가요?



정원사로 일하는 나는 무더운 더위를 피해 오전에 최대한 업무를 마무리하려 했다.

야생화를 식재한 곳도 가보고, 새로 식재한 잔디를 살펴보면서 물도 주고, 나무도 살펴봤다.

그런데 시야 멀리 고사한 대나무가 보였다.

지난 혹한의 겨울날을 못 견디고 죽었나 싶었다. 터벅터벅 대나무 숲을 향해 가는데 실처럼 생긴 무언가가 보인다. 어? 대나무 꽃.. 이 피었네..?


대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고 사진을 찍고 멍하니 바라봤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럴 때가 아니었다.

아니, 이거 다 죽는다는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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