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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Aug 22. 2023

악귀야 물러 꺼라, 복숭아나무

한여름밤 소오름 끼치는 이야기

 복숭아나무는 복사나무로 그 꽃은 복사꽃이라 한다. 봄날을 상징하듯 활짝 핀 선분홍색 복사꽃은 벚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복숭아는 제철을 맞이한다.

사진 출처 : ▲ 대창면 복사꽃 개화 한창  © 박미화 기자출처 : 중앙뉴스(http://www.ejanews.co.kr)

  복숭아나무는 젊은 세대에게 그저 맛있는 복숭아가 열리는 나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분들에겐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오래전부터 복숭아나무는 봄을 상징함과 동시에 부귀와 행복을 의미했다. 신성함을 뜻한 복숭아는 귀신을 내쫓는 민간신앙으로써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복숭아나무와 씨로 만든 부적은 귀신을 내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귀신 쫓는 복숭아나무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경성일보엔  '복숭아 나뭇가지'를 이용해 사람을 때려죽였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귀신을 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믿어 사용되었다.

 황해도 해주군 내면 동하 5리 동개보에서 하차업을 하는 김억진의 처 이삼재가 정신병에 걸렸다. 그리하여 그의 어머니 조여인은 홍영표 김암석 두 사람에게 부탁하여 기도를 했다. 그리고 11월 8일에서 20일까지 환자를 한숨도 잠재우지 않고 복숭아 나뭇가지로 계속 때려 전신에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드디어 20일 오전 7시경 그녀는 죽고 말았다.

1912년 12월 19일 <경성일보>
 강원도 금화군 금성면에 사는 김형필은 친형 김상필이 정신이상을 일으켜 알지도 못하는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에게 귀신이 붙었다고 생각한 김형필은 귀신을 쫓는 데는 복숭아 나뭇가지로 병자를 심하게 때리면 병귀가 물러간다는 속설을 믿고 3월 15일부터 복숭아 나뭇가지로 이틀 동안 계속 때려 죽게 만든 일이 발각되어 형필은 금화 헌병분대에 검거되어 경성 지방법원 검사국에 송치되었다.

1917년 4월 1일 <경성일보>
 경상북도 영덕군 지보면 오천동에 사는 배상일 외 1명은 1924년 11월 3일 영천군 고천면 청정동에 사는 김도암(22세)씨가 수년 전부터 정신이상을 앓고 있는데 이를 치료해 준다 하여 김 씨의 손과 발을 묶고 복숭아 나뭇가지로 심하게 때려 끝내 죽게 만들었다.

1927년 12월 8일 <경상도 경찰부 보고>


 우리나라의 민간신앙과 부락신앙을 연구한 '촌산지순(村山智順)의 연구'라는 자료가 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귀신을 쫓는 행위나 정신병자를 치료하기 위해 복숭아 나뭇가지를 사용했다는 언급이 수없이 나온다.


 특히 동서남북 중 동쪽으로 난 나뭇가지만이 양(陽)의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이를 동쪽에 난 복숭아 나뭇가지라 하여 동도지(東桃枝)라 한다. 반대로 귀신은 음(陰)을 의미했다. 즉, 양의 힘을 가진 동도지는 악귀를 제압하는 선목으로 사용되었다.

국내 모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동도지(東桃枝)

 문제는 환자를 죽기 직전까지 구타해야만 환자 몸속에 있는 귀신이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물러나 병이 완쾌된다는 믿음이었다.(?????)


 촌산지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예를 살펴보자. 복숭아 나뭇가지는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정신병자의 치료에는 복숭아 나뭇가지로 온몸을 구타한다. 환자가 비명을 울리면 악마가 떠난다고 실신상태가 될 때까지 구타한다.

정신병자의 얼굴에 복숭아나무 목재로 만든 화살을 쏘면 낫는다.(???)

정신병자를 고치려면 환자를 묶어놓고 동쪽으로 발달된 복숭아 나뭇가지를 꺾어 "귀신 도망가라!"라고 외치며 구타하면 귀신이 도망가고 병이 낫는다.

정신병  환자는 높은 곳에 매달아 놓고 빠르게 돌리면서 복숭아 나뭇가지로 심하게 때린다.(???)

정신병자를 소의 안장에 엎드리게 하고 밧줄로 묶은 다음 무당을 불러 기도를 하면서 복숭아 나뭇가지로 병자의 볼기를 심하게 때리면서 "또다시 미치광이 바람을 피우겠느냐!"라고 꾸짖고 이에 환자가 "이제부터 결코 피우지 않을 터이니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빌면 완전히 낫는다.


 어쩌다 복숭아나무는 전통신앙 중 하나로 재앙을 막고 액을 극복하는 행위인 벽사(辟邪)와 귀신을 내쫓는 축귀(逐鬼)의 의미를 가진 신비한 나무였을까.


   『도교의 신들, 마노 다카야 저』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복숭아나무 자체가 맛이 쓰고 냄새가 좋지 않아 악한 기운을 물러뜨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조상의 영혼을 기리는 행위인 제사(祭祀)에서 귀신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복숭아나무를 마당에 심지 않았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초인적 능력을 가진 비형랑(鼻荊郎)의 어머니가 도화녀(桃花女)였고, 또 조선시대 조광조(趙光祖)의 시에 ‘도화(桃花)로 아이 얼굴을 씻으면 눈처럼 희어지고 광택이 난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대에서부터 복숭아나무는 특이하게 여겨졌다.


복숭아 도(桃)가 들어간 단어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桃花源記)' 속 무릉도원이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도원결의(桃園結義) 속 배경엔 아름답게 펼쳐진 복숭아꽃이 있다.

몽유도원도에서 복사꽃이 피어있는 동네의 모습이다. 이상세계를 표현할 때 복숭아나무를 넣는 것은 오랜 전통으로 보인다. (자료사진 - 심규섭)

 열매인 복숭아는 '여성'을 의미한다. 복숭아를 뜻하는 영단어 'Peach'는 매우 훌륭함이라는 명사 뜻으로 사용되면서도 여성의 엉덩이 혹은 마음에 드는 여성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종종 거리를 걷다 보면 ‘Peaches’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볼 수 있다.

저스틴 비버 'Peaches' 노래 가사 중 Peaches는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여성을 의미하는 복숭아는 공부하는 선비에게 성욕을 자극한다고 해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전해지며 한 남자만의 아내로 살지 못하는 여자를 뜻하는 '도화살(桃花煞)'이란 단어가 있다.


우리나라 복숭아 재배 역사

 복숭아 재배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고조선 이후 한중 교역 기록을 살펴보면 나름 소규모 재배를 오랫동안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복숭아 품종 재배는 조선의 개항과 함께 시작되었다. 1890년 중반 일본에서 이주한 나가노 씨(中野喜代吉)가 인천항 부근 경사지에서 복숭아, 배, 사과 등을 재배했다.


 본격적인 재배는 1906년 설치된 원예모범장에서 미국, 중국 및 일본 도입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이주 일본인들이 1913~1914년에 부산, 인천, 원산, 진남포항을 통하여 일본으로부터 많은 복숭아 묘목을 수입하여 재배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되었다.


 얼핏 보면 복숭아나무 묘목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만 같지만 신라에서 일본으로 복숭아 묘목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부터 한일 간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복숭아꽃 축제

 우리나라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영덕군 복사꽃마을에선 복사꽃 축제를 한다. 아래 사진은 옛날 복사꽃 마을 풍경 사진이며 분홍색 꽃잎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다른 수종으로 많이 교체가 되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복사꽃마을 이름답게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대가 온통 복숭아밭이라 걸어서 보기엔 정말 방대한 거리다. 그래서 차량을 타면서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둘러보길 추천한다.

복사꽃마을 옛 모습 풍경

복숭아 효능

 복숭아는 수분, 당분, 비타민, 무기질, 펙틴, 유기산과 폴리페놀 등이 풍부하여 여름철 피로해소와 혈액순환에 좋은 과일이다. 복숭아에 들어있는 0.2~0.8% 유기산은 신맛을 내는 성분으로 신진대사를 돕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피로해소에도 좋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의 전구체로서 암세포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암효과가 있어 폐암과 후두암, 식도암, 전립선암, 자궁암 등을 예방한다.


 2014년 미국 텍사스 A&M 대학의 노라토 교수연구팀은 복숭아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쿼르세틴, 카페인산 등 폴리페놀 성분이 쥐의 유방암세포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발표하였다.


조경수 복숭아나무

 화려한 복사꽃을 피는 나무는 조경수로 심어도 될 만큼 관상가치가 있다. 하지만, 과수 특성상 관리하기가 정말 까다롭다. 차라리 꽃복숭아나무나 개량된 수종을 심기를 권장한다.

꽃복숭아가 만개했다.

 봄 이식과 가을 이식 모두 뿌리 활착이 잘 되며 실제 활착률은 가을 이식이 더 높지만 동해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 관리가 필요하다.


 복숭아나무는 지난해 자란 가지에 꽃눈이 맺혀 열매를 맺히므로 이를 참고하여 전정한다. 나무 전체에 햇빛이 비칠 수 있도록 전정함과 동시에 통풍을 좋게 해야 품질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추신.

제철과일 복숭아 맛있게 드시고 끝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논문 및 자료 출처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8778337

http://www.nongsaro.go.kr/portal/search/nongsaroSearch.ps?categoryName=SCH01&menuId=PS00007&option=0&sortOrdr=01&searchWord=%EB%B3%B5%EC%88%AD%EC%95%84


사진출처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rem_detail.do?cotid=fc057d2c-7b25-4662-9fc9-6fb59795e097&con_type=11000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246

https://visitkochijapan.com/ko/see-and-do/10469

http://www.ej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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