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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May 25. 2023

흥미로운 농약 이름

그 누가 보더라도 의미가 확실하게 전달되는 바로 그 이름


5월의 정원은 정원사들이 발 바쁘게 움직여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철쭉꽃이 지고 나면 전정(가지치기)을 할 시기를 알린다.

철쭉은 전년도에 만들어진 가지 중 '정아'에서 꽃이 핀다.

시기적으로 6월 20일 즈음 철쭉은 생장비대가 이뤄지고 그 후부터 꽃받침과 꽃잎을 만든다.

(물론, 남쪽 지방은 더 빠르다)


이 점을 활용해 나뭇가지 키를 낮추고 맹아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

전정을 실시한다.

산울타리 철쭉


그런데 한 구간이 다른 구간과 잎 색이 달랐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벌레가 잎을 먹은 흔적과 잎 뒷면에는 배설물이 가득했다.

손을 뻗어 나뭇가지를 흔들었더니 웬걸 '극동등에잎벌'이 날아다니는 게 아닌가.


육안으로 병 발생을 관찰할 수 있다는 건

이미 확산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병충해 방지를 위해 나는 급하게 농약 창고로 뛰어갔다.

큼큼한 냄새가 나는 창고 안에서 적절한 농약을 찾고 있었고

우연히 위의 '초토화'라는 농약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은 얼마나 잡초를 죽여버리길래 초토화라는 이름을 썼을까.


이처럼 농약 제품명은 직관적이다.

또 뭐가 있을까.

하늘아래 모든 풀을 죽여버리겠다는 포부 그리고 맞짱(...)



박멸하고 평정해 팡파레를 울리겠다는 라인업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 어떠한 농약이더라도 마시면 안 됩니다.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살균제 - 분홍색

살충제 - 녹색

제초제 - 노란색

생장조정제 - 파란색


농약 이름을 보며 피식 웃긴 했지만 

제조사는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했으면 이런 특별한 이름을 지었을지 고충이 느껴졌다.


이럴 때가 아니지.

잎벌레 잡으러 가야지.

박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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