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는 정말 효도일까?
유교사상에 큰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조상 제사를 비롯해 묘를 잘 가꾸고 관리하는 일은 ‘효행’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추석 전 가족 구성원이 한 곳에 모여 묘 주변에 난 잡초과 잡목을 제거하며 묘를 깨끗하게 한다. 깨끗하게 정리가 될 즈음 큰 어른이 도착하여 한 마디를 건넨다.
“우리 집안은 말이야. 누구 조상으로 몇 대손이고 무슨 파이기에 “
“우리가 묘를 잘 가꿔야 조상님이 도와주는 거야. “
”묘를 일 년에 두 번은 다듬어줘야 할 텐데.. 쯧쯧 “
“누가 안 보이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일 년에 한 번을 까먹나? “
“근본이 있어야지. “
싸늘하다. 대화를 듣다 보면 본능적으로 느낀다. 가족 구성원들 간 불화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음을. 우리 조상 묘를 다듬는 건 효행이며 후손의 책무라는 점에서 명분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건 언제까지나 ‘내 생각‘에 불과하다.
어느 구성원이든 간에 누군가 한 명은 차라리 돈을 주고 벌초를 맡기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아니, 잘 생각해 봐요. 우리가 4명이 모여서 지방에서 여까지 올라오는데 기름값, 식비에 예초기까지 들고 오면 그게 그 돈이라고요. 게다가 벌이라도 쏘여봐요.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상 묘를 어떻게 남에게 맡길 생각을 하고 있어? “
“그래서 얼만데?”
“1기당 15-20만원 정도래요. “
“미쳤네. 그 가격에 맡긴다고? “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걸 생각해 보라고요.”
대화는 무한 루프에 빠져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묘 이장도 알아보고 화장터, 수목장 심지어 기독교나 천주교가 가진 문화가 부러워진다.
위의 사진 속 현장은 정말 양호한 편이다. 아까시나무가 점령하거나 칡이 뒤덮거나 미국 자리공 같은 강력한 친구들이 한 곳에 모이면 답도 없다. 주변에 대나무까지 있다면 포크레인으로 다 파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사실 잔디 식재를 아무리 잘해도 손톱만 한 틈이 생기면 잡초 침입을 막을 수 없을뿐더러 일조량과 강수량이 부족한 조건이면 입혀놓은 떼(잔디)는 금세 전멸하거나 외부 침입으로 이게 작년에 조성한 묘가 맞나 싶을 정도 달라진다.
경험과 경력이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경험에 따르면 벌초는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고 가족 간 불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물론 모두가 화합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극소수에 불과할 뿐.
추신.
여러분은 다가올 추석이 기다려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