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가 김정두 Sep 19. 2023

갈등(葛藤), 칡과 등나무

의지를 지닌 두 존재의 대립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타인과 갈등을 필연적으로 경험한다. 가족, 직장, 친구 그리고 생판 처음 만난 타인. 힘듦의 정도를 어떻게 나누나 싶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어려운 관계는 가족 구성원들 간 발생한 갈등이다. 내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모두가 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 했던가 같이 움직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이 합쳐진 단어다. 두 식물은 덩굴성으로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특징을 가졌다. 칡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으며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으며 올라간다. (실제 등나무는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올라간다) 두 덩굴은 만나지 않고 서로 물체를 감는다. 칡에 대한 태종 이방원의 시 <하여가>도 있지 않은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100년까지 누리리라.


사진출처 : 참빛교회 김윤하 목사, 칡과 등이 서로 얽혀 올라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칡과 등나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칡(Kudzu)

 싸리, 아까시나무와 같이 대표적 콩과 식물로 뿌리혹 박테리아가 공생하는 식물로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해 양분으로 사용한다. 황폐화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며 토양개선을 하는 특징을 가졌다. 칡을 뜻하는 영단어는 발음이 특이한데 일본어를 따와서 그렇다.


 칡은 예부터 한약재로 사용됐었다. 특히 칡뿌리(갈근, 葛根)는 감기에 좋다고 알려져 탕으로 내려먹었다. 우리가 약국에서 처방을 받고 한방음료 칸에 늘 있는 약이 '갈근탕'이다.


 또한, 길고 질긴 칡덩굴을 엮어서 로프로 사용하곤 했다. (탐험가 베어그릴스 아저씨도 탈출할 때 이를 사용했다지..)  


 낯설지만 우리나라 영월에서는 <단종 문화재, 칡줄다리기>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1698년 숙종대왕 24년부터 300여 년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온 뿌리 깊은 행사이다. 1967년 단종문화재가 시행되면서 민속행사로 재현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단종문화재 행사의 최고 볼거리이다. (칡줄다리기가 시작된 의미는 다음 기회에)


 콩과식물로 척박한 땅을 개량해 주고 뿌리를 캐다가 약으로 만들고 줄기는 위급할 때 엮어서 로프를 만들어 사용하는 칡은 여기까지만 보면 이로운 식물이다.


 문제는 번식력이다. 아주 살벌하고 지독한 친구인데 하루에 최대 30cm씩 자라는 칡은 지상부를 제거하더라도 다년생이라 다음 해에 올라온다. 몇 년 방치하는 순간 주변 나무와 풀을 뒤덮는다. 지자체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숲가꾸기 기능인들이 덩굴류를 제거하고 있다.

 이런 특성을 가진 탓에 일본이나 미국도 꽤나 골칫덩어리인가 보다. 미국은 관상용으로 칡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다. (왜? 꽃이 이뻐서?)  덩굴식물 특성을 이용해 황무지의 토양유실을 막고자 적극적으로 식재를 권장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강한 번식력으로 금세 산과 숲을 뒤덮었다. 그렇다면 칡뿌리 캐서 먹으면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하지만 미국 환경에서 자란 칡은 독한 향신료 맛이 난다고 한다.

칡 꽃

 결국 우리나라, 일본, 미국에 뿌리내린 칡은 생태계를 괴롭히고 있어 다방면으로 제거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칡(KUDZU) S.W.A.T

 화..이팅!

초대형 칡을 캐 SBS 인터뷰를 한 김순만 선생님


등나무

 칡과 같은 콩과 식물로 뿌리혹 박테리아와 공생하여 공중 질소를 고정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을 가졌다. 칡과 달리 5월에 피는 꽃이 무척 아름다울뿐더러 향기도 좋아 조경수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을, 학교, 정원에서 파고라 주변에 식재하여 휴식터로 이용하고 있다. 옆나라 일본 도치기현에 위치한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 등나무는 CNN이 '세계의 꿈같은 여행지 1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일본 도치기현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의 등나무
마치 샹들리에를 보는 듯한 등나무 터널(시라후지)와 굵은 나무줄기임에도 선이 아름다운 등나무(무라사키 후지다나)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등나무 꽃은 정말 아름다워 단독수로 키우는 경우도 있고 분재로도 만들어 관상용으로 사용한다. 칡 줄기는 꼬아서 로프를 만들어 사용한 것처럼 등나무 줄기도 꼬아서 곡식 등을 까불러서 쭉정이와 같은 불순물을 걸러내는 '키'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줄기를 섬유 직물을 짜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등나무 수피와 꽃 그리고 잎

등나무 가꾸기

 조경수로 키울 경우 대부분 퍼걸러 주변에 식재한다. 등나무 줄기도 생각보다 번식력이 상당히 강한데 잎이 다 떨어진 겨울이 오면 줄기를 정리한다. 퍼걸러 지붕을 구성하는 뼈대에 맞춰 줄기를 고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낸다. 과할 정도로 잘라내도 괜찮다. 봄이 오면 다시 뻗어나간다.


 수형을 맞췄다면 진딧물과 전투를 대비해야 한다. 아카시아진딧물(craccivora)이라 불리는 종으로 콩과 작물 생육기와 일치한다. 봄이 되면 새싹부터 발생하여 금방 퍼져나간다. 수시로 잎을 살펴봐 적극적인 방제를 해야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추신.

여러분이 겪고 있는 갈등이 속히 매듭지어지길 소망합니다.






칡 사진 및 자료출처

https://www.wanted.co.kr/events/22_03_s08_b01

http://www.youngno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93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909253885Y

https://ko.wikipedia.org/wiki/%EC%B9%A1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5489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490475


등나무 사진 및 자료출처

https://livejapan.com/ko/in-tokyo/in-pref-tochigi/in-tochigi_suburbs/article-a0002240/

https://ja.wikipedia.org/wiki/%E3%83%95%E3%82%B8_(%E6%A4%8D%E7%89%A9)


매거진의 이전글 늦봄부터 가을까지, 꽃댕강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