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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Sep 26. 2023

화살을 닮아 화살나무

단풍이 무척 아름다운 나무

 24절기 중 14번째 절기인 '처서(處暑)'가 지나면 찌는듯한 한여름 무더위가 가고 선선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이 시기가 오면 풀과 나무는 겨울을 준비한다. 


 나무는 푸른 잎으로 둘러싼 옷을 벗어내며 가을을 맞이한다. 단풍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등 각자 갖고 있는 아름다운 색상으로 단풍을 펼쳐낸다. 위의 나무들이야 워낙 단풍 축제로 유명한 나무일뿐더러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단독수로 키운 화살나무 단풍은 보기 힘들다. 희귀해서 그럴까. 나는 가을이 오면 화살나무 단풍이 기다려진다.


화살나무

 가지에 회갈색 코르크 날개가 달려있어 '화살깃'처럼 생겼다 하여 '화살나무' 이름이 붙었다. 키 작은 나무(관목)라 3m 이상으로 자라지 않는다. 잎은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는 타원형으로 마주난다. 5~6월에 꽃이 피지만 작아서 잘 살펴봐야만 볼 수 있다. 단풍은 선붉은 색으로 아름답다. 자칫 '회잎나무'와 혼동할 수 있지만 이 나무는 가지에 날개가 없다.

사진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화살나무'


조경수 

 화살나무는 생울타리, 단독수, 분재 등 어느 장소에 식재를 하더라도 주변 환경에 맞게 조성할 수 있다. 주목, 회양목과는 달리 생울타리로 조성할 경우 화살모양의 가지가 밀집되어 있어 쉽게 뚫고(?) 지나가기 어렵고 성장도 상대적으로 빠르고 맹아력도 좋아 풍성한 생울타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단독수로 한 그루만 식재해 수형을 이쁘게 관리하면 멋진 나무로 키울 수 있다.


 추위에는 강한 편이나 공해에는 약한 편이다. 토양을 가리지는 않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생울타리로 조성된 화살나무 사진출처 : https://m.xplant.co.kr/item/1610173581


전정

 화살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이지만 그늘에서도 적응을 잘한다. 곁줄기가 많이 나오는 맹아력이 좋은 수종으로 주목, 회양목과 같이 생울타리 조성이 수월하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전정을 해주면 좋다. 

 

병해충

 주요 병해로는 갈색무늬병과 탄저병이 있다. 충해로는 사철나무혹파리, 사철깍지벌레가 발생한다. 병은 잘 걸리지 않는 편이지만 육안으로 식별된 증상이 있다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농약으로 방제한다.


용도

 생각보다 용도가 다양하다. 어린순은 향과 맛이 좋아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화살나무에 함유된 싱아초산나트륨은 혈당을 낮추고 체내 인슐린 분비를 늘려 당뇨병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열기를 제거하고 항균작용과 염증 유발을 억제해 피부병을 치료하는데 좋은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선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활발하게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화살나무'도 심도 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추신.

청와대 조경팀에서 첫가을을 맞이했을 때였다. 이른 아침 경내를 둘러보는데 햇살이 비친 화살나무 단풍이 세상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다. 선분홍색이면서 자주색을 띠는 단풍은 강렬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떨어진 낙엽조차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심취해 단풍이 모두 질 때까지 몇 번을 찾아가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청와대 불로문 앞에 있는 화살나무 단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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