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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Oct 10. 2023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오동나무

 옛부터 결혼 후에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고 그 딸이 결혼하면 심었던 오동나무를 베어다 가구를 만들었다. 일본도 동일한 풍습이 있었다.


 오동나무는 속성수로 다른 나무에 비해 빨리 성장한다. 아마도 15-20년 성장하면 목재로 쓸 수 있기에 나온 이야기 같다. 어린 오동나무를 발견하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잎을 보곤 당황하게 된다. 나무 입장에서 바라보면 광합성량을 최대한 늘려 성장을 빠르게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퇴근길에 커다란 오동나무 잎이 눈에 띄어 사진을 찍었다.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 비중이 가장 낮은 나무로 제일 가볍고 습기를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고 잘 썩지 않는다. 심지어 불에 강하다. 2006년 일본 가나자와대학 오다 주하치 교수는 오동나무 목재 내화성 실험으로 결과를 입증했다. 이런 특징 덕에 옛부터 품질 좋은 목재로 가구, 생활용품 그리고 악기재로 사용되었다.


 목재는 가볍고 탄성이 큰 특징이 있어 진동을 쉽게 전달하기에 악기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가야금과 거문고를 만들 때 사용된 나무는 오동나무였다. 위의 특징처럼 나무 중 가장 가볍고 세포벽이 얇아 다른 나무에 비해 소리를 잘 전달한다고 한다.

산조가야금에 금니화 봉화 문양을 넣은 최고가의 가야금이다. [출처_사진 이정은]


옆나라 일본을 상징하는 참오동나무

 동양 대제국이었던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일본 내 참오동나무는 큰 입지를 갖는다. 국화와 함께 고귀한 문양으로 황실을 대표하며 오랜 기간 사용되었지만 왕실 이외에 제후 계급도 이용하게 되어 신분을 구분을 짓기 위해 왕실은 오로지 국화 문장만을 이용한다.


 꽃차례에 붙는 꽃 수가 3-5-3이면 고산노키리(五三桐, ごさんのきり), 꽃 수가 5-7-5이면 고시치노키리(五七桐, ごしちのきり)이라 불렀다. 줄여서 오삼동, 오칠동이라 부른다. 오삼동보다 오칠동의 꽃 배치가 화려하여 상위 격 문장으로 사용된다.

고산노키리와 고시치노키리

 일본 전국시대부터 일본 황실은 정통성만을 유지하고 실권은 없었다. 황실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역사 있는 가문에게 오동나무 문양을 하사했다. 이 문양을 사용함으로 정치적 입지를 갖고 정통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참오동나무 꽃이 달린 옷을 입은 그림이 전해지고 우리나라를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 바로 이 ‘참오동나무’ 문양이다. 근대 이후 5-7 오동나무는 ‘일본 정부’ 문양으로 사용되어 훈장 디자인뿐 아니라 총리 관저 비품이나 연설할 때 서는 연단 플레이트로도 사용되고 있다.

연설대 앞에 보이는 일본 내각총리대신문양이 '참오동나무' 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입고 있는 옷에 참오동나무 문양이 있다.
500엔 동전 뒷면엔 오동나무가 그러져 있다. 앞면엔 대나무잎과 귤나무잎이다. 오른쪽 사진은 일본 고위 훈장 중 하나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나는 어렸을 때 명절에 친척들이 오손도손 모여 ‘화투' 치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여러 패 중 '똥'이라 불리는 11월 패에 그려진 그림이 '오동나무 잎'이다. '동'이라 발음하지만 나름 막강한 힘(?)을 가진 패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발음이 쌔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12월을 상징하는 패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1월을 상징하는데 그 이유는 버드나무 잎보다 오동나무 잎이 먼저 떨어져 순서를 바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오동나무는 키리(きり, 桐)라 발음하며 '끝'이라는 단어 키리(きり, 切り)와 발음이 비슷해 12월을 상징한다고 한다) 


 심지어 닭이라 생각했던 저 모양은 '봉황'을 상징한다. 사실 봉황이 머무르는 나무는 '벽오동나무'로 종이 아예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 화투 디자인이 다르다.


오동나무 관리

 오동나무는 속성수로 분류되어 정말 빠른 성장을 보인다. 그러므로 식재 후 1~2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올곧은 수형은 경제적으로 큰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곧게 만들기 위해선 '대절(帶切)'이라는 방법이 사용된다. 대절은 나무줄기를 자른다는 뜻이다. 수피에 손상이 있거나 발육이 불량하고 나무줄기가 곧지 않은 등 약한 활육 특성을 보이면 과감하게 줄기를 잘라준다.


 또한, 수형을 가꾸지 않고 방치하면 마구잡이로 가지가 뻗어나가고 나무줄기는 굽게 된다. 이는 오동나무 목재 가치를 잃게 만든다. 그러므로 곧은 줄기를 만들기 위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목질화가 진행된 이후 가지를 자르면 회복이 어렵기에 '어린 눈'을 따주어 수형을 가꿔야 한다. 곧은 줄기가 예상된다면 지하고를 높이고 그렇지 않다면 낮게 키우는 것을 고려한다.


 단독수로 성장할 때는 거의 병충해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동나무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밀식해 키울 경우 병충해에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방제가 필요하다. 주요 병해는 탄저병, 부란병 그리고 오동나무빗자루병이 있다.

 

추신.

오동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도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추신+

 왕벚나무, 가이즈카 향나무 그리고 금송이 가져온 친일 논란은 특정인에 의해 선동되었고 우리들 마음에 큰 불을 지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을 상징한 참오동나무에 대한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추신++

 오동나무 목재는 정말 가벼워 아이들 장난감으로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실제로 저희 팀원 중 한 분이 오동나무 목재로 젠가세트를 만들었다.



자료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A%B8%B0%EB%A6%AC%EB%AA%AC

https://ja.wikipedia.org/wiki/%E3%82%AD%E3%83%AA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090

https://cm.asiae.co.kr/article/2023032016025637182https://www.joongang.co.kr/article/22970833#home

https://namu.wiki/w/%ED%99%94%ED%88%AC/%ED%8C%A8

https://www.visitbeijing.or.kr/article/47NYlzMlrh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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