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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Oct 09. 2023

남해 독일마을 작은정원길 탐방기

정원 산책하기 좋은 10월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느껴져 옷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름 반팔과 얇은 작업복을 정리하고 가을옷을 꺼냈다. 정신없게 정리하던 중 옷장에 걸려있던 전통의상 한 벌이 눈에 띄었다. 그 옷은 독일 전통의상이었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사랑하는 연인 키키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이 옷은 어떻게 구한 거야~?"

"독일여행 갔을 때 전통 옷이 이뻐서 한 벌 샀어"

"아~ 그렇구나 정말 이쁜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나는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다. 심지어 여권도 없다. 익숙한 것만을 찾아다녔었다. 늘 먹던 음식, 반찬 그리고 커피를 마셨다. 그러던 중 내 삶에 큰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 키키를 만나면서부터다. 키키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생활을 했다. 여러 국가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느끼고 즐겼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도 그녀에게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독일은 어땠어? 재밌었어? TV에서 보는데 맥주잔 엄청 큰 거 들고 다니면서 하는 축제도 있던데"

"독일 맥주축제가 옥토버페스트인데 나도 궁금해서 그 축제에 갔었어"

"오호.."


 우리나라 남해에는 독일마을이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대한민국은 최빈국이었다. 국가적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들이 파견을 나갔고 그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마을이다. 그들이 피땀 흘려 벌어온 종잣돈은 국가적으로 경제대국의 초석을 놓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남해 독일마을은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철저하게 독일식으로 꾸며 독일식 식당, 맥줏집, 공방 등 독일이 가진 특색을 살렸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남해까지 가는 거리가 참 먼 길이지만 쉼을 위해서라도 1년에 두 번은 찾아가는 마을이 되었다. 가면 참 마음이 편안해진다.


남해 독일마을 작은정원길

 독일로 파견을 나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퇴근 후 술 한잔으로 회포를 푸는 대신 집으로 가 정원을 가꾸고 집과 자동차를 손질하는 게 일상생활이었다고 한다. 그분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니 정원 또한 예쁘게 잘 가꿔져 있다.

마을 곳곳 다양한 테마가 있어 걷기 좋다.

 정원을 가꾸고 손질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마을 조경이 어떻게 되었는지, 무슨 수종이 주로 식재되었는지, 어떤 특색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방문했을 당시 비가 내려 하늘이 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차갑지 않은 비바람은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꽃댕강나무 꽃이 펴있다. 이슬을 맞고 퍼지는 녹진한 향은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파독의 집'이라는 파란색 안내판이 있다. 실제 독일로 파견 나간 근로자 선생님 이력과 독일마을 입주일이 나오고 짧은 설명이 적혀있다.

하봉학 선생님 파독의 집 설명 글


비를 맞은 아스팔트 길도 집 주변을 장식한 귀여운 물품들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집집마다 개성이 있다. 정원마다 식재된 수종과 관리해 둔 방법이 다르고 꾸며놓은 장식품들이 달라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계단식으로 꾸며놓은 정원, 곧 꽃을 피울 것 같은 국화 그리고 꽃이 핀 베고니아
동그랗게 다듬은 꽝꽝나무와 느티나무 분재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었던 식재방식은 아래 사진처럼 에메랄드그린 사이에 눈향나무를 식재한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늘어진 아이비도 자연스러웠다.

 

 가슴 펴고 뒷짐 지고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다 보면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금세 마을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독일마을이 가진 이색함과 맞은편에 펼쳐진 바다전경을 몸소 느껴보셨으면 한다.



추신.

카이막 최고.


독일맥주는 더 최고.

1L 생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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