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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탐방기(오유밭길)

비극과 평화가 공존하는 그곳

by 정원가 김정두

우리나라 지도를 살펴보던 중 운석이 떨어져 생긴듯한 모양을 가진 지형이 눈에 띄었다. 그곳은 양구 해안면에 위치한 펀치볼(Punch Bowl)이다. 펀치볼은 한국전쟁을 취재하던 미국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노을빛 분지가 마치 화채 그릇 같아 붙인 이름이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면(面)이 있다. 이 일대는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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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운석이 떨어져 생긴 지형처럼 보인다.


펀치볼이 가진 신비한 지형은 나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반세기 넘도록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생태계가 아직 잘 보전되어 있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미확인 지뢰 지역과 인접하고 있어 숲 해설사 선생님 동반 없이는 탐방할 수 없는 둘레길이라고 하여 5시간 소요되는 코스인 '오유밭길'을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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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카카오톡과 문자로 안내를 해준다. 화창한 날씨를 고대하며 굽은 산길을 올라 터널을 통해 집합장소인 펀치볼로 916-70으로 향했다. 앞이 안 보일 듯한 자욱한 안개는 금방 걷혔고 맑은 하늘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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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장소인 DMZ 자생식물원 방문자센터 그리고 위장색 태극기


오전 9시 숲 해설사님과 스태프 선생님이 오셨다. 나는 방문자 확인서류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몸을 풀고 본격적으로 오유밭길 둘레길을 나섰다. 해설사님 설명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홍수로 인해 코스 일부가 유실되어 5시간 둘레길 코스가 약 3시간을 걷는 코스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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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된 길을 따라 30분가량 산을 올랐을까 인터넷 속 사진에서만 바라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주는 청량함은 정말 최고였다. 둘레길도 험하지 않아 걷기 좋았다.

IMG_3158.jpg 전망대 뒤에 부부소나무가 있다.

전망대를 지나 언덕에 올라서면 한국전쟁에서 사용했던 철모가 있다. 치열한 전투현장이었던 이곳에서 발견된 철모를 바라보며 전쟁의 비극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16~20세로 구성된 국군이 싸워 이겨낸 이곳엔 슬픔과 고통 그리고 평화가 공존했다.

IMG_3160.jpg 구멍 난 철모

아름다운 숲길은 평안과 안정을 주었지만 둘레길 따라 철조망에 걸린 '지뢰' 주의 표시는 우리나라가 종전이 아닌 휴전 중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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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걷는 중간마다 해설사 선생님께서 지명과 지형 그리고 나무를 설명해 주셔서 좋았다. 둘레길 탐방 시간은 금방 흘렀고 마지막 코스인 DMZ 자생식물원에 도착했다.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정말 잘 되어있어 놀랐다.


글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방문을 꼭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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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평소에 당연하게 느꼈던 평화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둘러보지 않았던 자연의 많은 생명들의 흔적, 우리는 그것을 이곳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비극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을 되돌리고 회복하는 것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 - 양구군 DMZ 펀치볼 둘레길 설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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