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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Oct 03. 2023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탐방기(오유밭길)

비극과 평화가 공존하는 그곳

 우리나라 지도를 살펴보던 중 운석이 떨어져 생긴듯한 모양을 가진 지형이 눈에 띄었다. 그곳은 양구 해안면에 위치한 펀치볼(Punch Bowl)이다. 펀치볼은 한국전쟁을 취재하던 미국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노을빛 분지가 마치 화채 그릇 같아 붙인 이름이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면(面)이 있다. 이 일대는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마치 운석이 떨어져 생긴 지형처럼 보인다.


 펀치볼이 가진 신비한 지형은 나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반세기 넘도록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생태계가 아직 잘 보전되어 있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미확인 지뢰 지역과 인접하고 있어 숲 해설사 선생님 동반 없이는 탐방할 수 없는 둘레길이라고 하여 5시간 소요되는 코스인 '오유밭길'을 예약했다.


 친절하게 카카오톡과 문자로 안내를 해준다. 화창한 날씨를 고대하며 굽은 산길을 올라 터널을 통해 집합장소인 펀치볼로 916-70으로 향했다. 앞이 안 보일 듯한 자욱한 안개는 금방 걷혔고 맑은 하늘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느껴졌다.

집합장소인 DMZ 자생식물원 방문자센터 그리고 위장색 태극기

 

 오전 9시 숲 해설사님과 스태프 선생님이 오셨다. 나는 방문자 확인서류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몸을 풀고 본격적으로 오유밭길 둘레길을 나섰다. 해설사님 설명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홍수로 인해 코스 일부가 유실되어 5시간 둘레길 코스가 약 3시간을 걷는 코스로 변경되었다.


 안내된 길을 따라 30분가량 산을 올랐을까 인터넷 속 사진에서만 바라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주는 청량함은 정말 최고였다. 둘레길도 험하지 않아 걷기 좋았다. 

전망대 뒤에 부부소나무가 있다.

 전망대를 지나 언덕에 올라서면 한국전쟁에서 사용했던 철모가 있다. 치열한 전투현장이었던 이곳에서 발견된 철모를 바라보며 전쟁의 비극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16~20세로 구성된 국군이 싸워 이겨낸 이곳엔 슬픔과 고통 그리고 평화가 공존했다.

구멍 난 철모

 

 아름다운 숲길은 평안과 안정을 주었지만 둘레길 따라 철조망에 걸린 '지뢰' 주의 표시는 우리나라가 종전이 아닌 휴전 중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길 걷는 중간마다 해설사 선생님께서 지명과 지형 그리고 나무를 설명해 주셔서 좋았다. 둘레길 탐방 시간은 금방 흘렀고 마지막 코스인 DMZ 자생식물원에 도착했다.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정말 잘 되어있어 놀랐다. 


글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방문을 꼭 추천드리고 싶다.  


추신.

평소에 당연하게 느꼈던 평화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둘러보지 않았던 자연의 많은 생명들의 흔적, 우리는 그것을 이곳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비극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을 되돌리고 회복하는 것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 - 양구군 DMZ 펀치볼 둘레길 설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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