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가 김정두 Oct 29. 2023

재생 가능한 에너지 그리고 의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과 의자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춘천 '사이로숲' 그리고 의자춘천 '사이로숲' 그리고 의자

 지구는 끓고 있다. 매년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탄소중립', 'RE100', 'REDD+', '탄소배출권' 등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지. 하지만,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행동하기란 쉽지가 않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소재 중 유일하게 탄소를 순환시킬 수 있는 재료가 있다. 바로 '나무'이다. 어린나무를 식재하고 잘 가꾸어 목재로 사용하고 그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식재함으로 탄소순환을 직접 행동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목재'를 이용해야 한다.


 나는 가끔 가로수 정비 사업이라는 명목하게 베어지는 커다란 나무를 볼 때면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한다.


"베어지는 나무 대부분이 임목 폐기물로 분류되어 버려질 텐데.. 저걸 잘 이용하면 좋지 않을까?"

"지역에서 활동하는 목수나 목공예사 선생님들과 협력해 가로수 역할을 마친 나무를 테이블이나 의자로 만들어 공원에 납품할 수 있지 않을까?"

"은행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등 수종이 갖고 있는 특징을 잘 활용하면 재밌을 텐데.."


 재활용된 목재로 만들어진 제품이 유치원, 어린이집 그리고 초등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 납품이 되어 어린 시절부터 나무를 만지며 지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과 환경에 대해 더욱 가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보리스트와 정원가 일을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이 자연을 잘 보존하고 가꿀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진입로도 없는 빽빽한 숲, 덩굴식물이 우세한 숲, 잡초가 무성한 공간은 '방치'와 '방임'이라 생각한다. 일례로 최근 지자체마다 도심 속 녹지공간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많은 공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관리인력 부재로 고사목 방치, 무릎높이까지 자란 풀, 덩굴식물 침입 등 혼잡한 공간은 사람들의 발길마저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녹지 공간을 잘 가꾸고 관리해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작은 나무 한 그루부터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정원, 공원, 숲 그리고 산으로까지 점점 개념을 확대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믿음과 같은 방향으로 직접 움직이고 있는 원유선 작가님을 만났다. 그는 국내에서 생산된 목재로 오두막을 짓고 '윈저체어'와 같은 가구를 만들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생재(Green Wood)'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건조목이 아닌 생재를 사용한다는 점이 낯설 뿐 괜찮다.

작가님이 직접 만든 오두막과 의자

 나는 '침대'와 '의자'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침대는 내가 휴식하는 공간으로 최소 하루 5시간을 이용하고 의자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등 지적활동과 휴식에 있어 오랜 시간을 사용하는 가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구점 발품을 팔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누워보고 앉아보고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물건을 발견하면 가격을 떠나 구매한다.


원유선 작가님이 만든 윈저체어

 윈저체어에 직접 앉아봤다. 나무가 나를 감싸는 느낌과 목재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지 않고 푹신하며 몸에 맞게 밀착되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사무실에서 허먼밀러 의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느꼈다.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문의를 드렸지만 이미 팔렸다고 했다.


자녀분에게 선물로 만들어 줄 예정이라는 서핑보드 모양 테이블과 직접 수공예로 나무를 깎고 있는 모습

 국내에서 생산된 목재를 사용해 이렇게 직접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멋있었다. 늘 나는 꿈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이었으니까.


벽면에 정열된 공구가 눈에 띄었다.

 시멘트가 아닌 목재가 주는 포근함은 그 어떠한 재료도 대체할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놀이

 내가 방문했을 때 어린아이들은 숲에서 뛰어놀면서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고 나뭇잎을 만지고 목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도심 속 어린아이들과는 달라 보였다. 그만큼 숲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는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을까.


 나도 꼭 이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추신.

쌀쌀한 가을 날씨에 따뜻한 꽃차 한 잔을 마시며 행복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도심 속 치열한 경쟁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쳤었나 봅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자녀분들과 함께 자연으로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남해 독일마을 작은정원길 탐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