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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Oct 31. 2023

모과 문제야 도대체, 모과

 나는 과일이 열리는 나무를 좋아한다. 풍성하게 열린 열매를 바라보면 괜스레 풍요로운 마음이 들면서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밤, 감, 대추, 호두 그리고 모과. 정원 내 유실수가 자리 잡은 곳은 유독 정이 많이 간다.


 모과나무는 봄에 피는 선분홍색 꽃이 아름답고 얼룩무늬를 가진 매끈한 수피를 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가을이 되면 주먹만한(?) 열매가 맺힌다.


 노랗게 익은 모과는 향긋한 향을 가지고 있어 라탄 바구니에 열매 몇 개를 넣어 사무실에 장식하곤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땅에 떨어진 모과를 줍겠다고 모과나무 아래서 땅만 보고 있다가 강한 바람이 불어 떨어진 모과를 맞아본 적이 있다. (진짜. 정말. 너무 아팠다.)


 양손 가득 모과를 들고 사무실로 가 아무나 붙잡고 채집에 성공해 기뻐하는 원시인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모과?"

"...아오"

"저리가. 이 자식아"


 아재개그는 성공률이 높다. 상대방이 웃어주면 성공 반대로 화를 내도 성공. 실패가 적은 게임이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이런 농담 한 마디가 큰 힘이 된다. (너만 그럴 수도)


모과나무

 목과(木瓜),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으로 '모과'라 부른다. 장미과 식물답게 꽃이 아름답고 겨울에 잎이 지며 큰 노란 모과 열매가 열리는 나무로 중국이 원산지이다. 10m가량 자라는 키 큰 나무이며 오래된 나무줄기는 껍질이 비늘로 벗겨지며 매끈해진다. 봄의 계절 5월에 피는 꽃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열매와 잎이 모두 진 후 솟은 가지나 꼬인 가지를 제거해 주고 다음 해 봄이 다가오면 가볍게 비료를 나무 주위로 둘러준다. 봄이 가진 무한한 생명력은 종종 다가오는 꽃샘추위를 이긴다

모과 꽃

 반면, 열매는 상당히 단단해 생으로 섭취하기는 힘들어 얇게 잘라 청이나 차로 만들어 마신다. 한방에서는 약으로 쓰이며 비타민 C가 풍부해 감기에 좋다고 알려졌다.


 배롱나무와 마찬가지로 얇은 수피를 가지고 있어 추위에 약하다. 그래서 겨울이 다가오기 전 짚을 나무줄기에 덮어줘야 한다. (올해 월동보호 작업을 하고 나면 사진 첨부할 예정이다)


 모과나무를 키우고 싶다면 땅을 파서 열매를 넣고 묻는다. 금방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과나무 천연기념물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는 2011.01.13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455년 류윤은 단종 폐위 후 관직을 버리고 이곳에서 은거하고 있었다. 세조는 여러 차례 류윤을 불렀지만 모과나무를 가리키며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거절했다. 그러자 세조는 '무동처사'라는 어필을 내렸고 그것이 호(號)가 되었다.

 오랜 세월을 꿋꿋이 지탱하고 있는 줄기가 경이롭다.


추신.

쌀쌀해진 저녁, 퇴근 후 모과차 한 잔 어떨까요?



사진출처

https://www.inews365.com/news/article.html?no=72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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