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그 맛
조선후기 학자 조재삼이 동물, 식물, 천문 등 다양한 부문을 나누어 그와 관련된 사항을 수록한 유서(類書)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감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만약, 옻나무로 접을 붙이면 열매 하나가 달리는데 독이 있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살벌한(?) 구절이다. 그런데 실제로 감을 이용해 독살한 경우가 조선시대에는 있었다. 그만큼 맛있는 과일이라 거부할 수 없던 것일까?
그 외에도 감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말은 아마도 "감나무에서 떨어진 동네 바보"이다. 감이 얼마나 달고 맛있었으면 따먹기 위해 나무에 올라갔을까. (나도 종종 올라간다-_-) 실제로 감나무 나뭇가지는 상당히 약해서 성인이 올라설 경우 쉽게 부러진다. 그래서 나는 감나무에 오를 때 항상 나무줄기에 로프를 단단히 묶고 안전장비를 모두 챙긴 뒤 나무에 올라간다.
감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단감, 곶감, 홍시, 감말랭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감은 달 감(甘)을 사용한다.
옛부터 감나무는 7가지 덕이 있다고 알려졌다. 먹을 게 없던 시절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주로 심었던 조상들의 지혜를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음이 공감 간다.
1. 나무가 오래 산다.
2. 그늘을 만든다.
3. 새가 둥지를 트지 않는다.
4. 벌레가 없다.
5. 단풍이 아름답다.
6. 열매가 맛있다.
7. 잎이 크다.
또한, 전래동화 '오성과 한음'에서도 예측가능한 뻔한(?)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오성은 마당에서 감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감나무가 성장하면서 옆집으로 나뭇가지가 뻗었고 그 가지에는 감이 열렸다. 옆집 하인들은 넘어온 나뭇가지에 열린 감을 따먹었다.
이에 화가 난 오성은 옆집으로 찾아가 집주인이 있는 방에 팔을 불쑥 뻗는다.
"내 팔이 당신 방에 있더라도 내 팔이오"
깊은 깨달음을 얻고 문제를 해결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상황이 다르다. 토지를 침범한 나무는 안타깝게도 나무주인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옆집 주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흥미롭게 법안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민법 240조(수지,목근의 제거권)
1. 인접지의 수목지가 경계를 넘을 때는 그 소유자에 가지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
2. 전항의 청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는 청구자가 그 자지를 제거할 수 있다.
3. 인접지의 수목 뿌리가 경계를 넘은 때는 임의로 제거할 수 있다.
서로 감정 골이 깊어져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만약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면 '잘라버린 나뭇가지'와 '뿌리'는 상대방에게 돌려줘야 하고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수목 일부를 제거했다면 권리 남용에 속해 역으로 당할 수 있다.
뿌리가 주로 곧게 뻗고 곁뿌리와 잔뿌리가 적어 초기생육이 늦다. 그렇기 때문에 감나무를 이식할 계획이 있다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접목 친화성이 좋아 다양한 감 품종을 대목에 접합하는 경우가 있다. 한 그루에 5가지 다른 감이 달리는 나무도 있다. 일반적으로 내한성이 약해 겨울을 극복하기 위해 짚으로 감싸줘야 한다.
선단부 우세성이 강하고 햇빛 요구도가 높다. 연평균 약 2,340시간 일조량이 필요하다. 자연 수형은 원줄기가 곧은 주간형이다. 그러므로 목적에 따라 수형을 다듬어줘야 한다. 조경수로 식재할 경우 수형을 가꿀 필요가 없지만 재배용으로 식재할 경우는 다르다. 나무가 높으면 업무 효율성이 낮기에 키를 낮추고 넓게 옆으로 퍼지게 수형을 가꾼다.
토성에 따라 물을 주는 양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모래흙은 4일 간격으로 20mm, 참흙은 7일 간격으로 30mm, 찰흙은 9일 간격으로 35mm 정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흙에 관심이 없다. 그러므로 과습 하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준다. 최근에는 토양수분센서를 설치해 관수 자동화를 선호한다.
나무 나이, 품종, 수분, 전정정도, 열매 달린 정도, 토양 및 기상요인에 따라 거름 주는 양이 다르다. 그러므로 인근 농업기술센터에 토양분석을 의뢰하여 시비량을 결정하는 것이 친환경적으로 토양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조경수로 식재된 나무라도 풍성하게 열린 열매를 보기 위해 밑거름을 주곤 한다. 특히 밑거름은 퇴비와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게 되므로 분해되어야 하므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낙엽직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이밍을 놓쳤다면 2~3월 나무 휴면기에 실시한다. 겨울철은 강수량이 적어 비료 분해와 침투가 늦다.
감나무는 단단하면서 탄력성이 좋아 훌륭한 목재로 사용할 수 있다. 상처가 생긴 뒤 균이 침투하여 목재에 검은색 무늬가 형성되곤 하는데 이를 '먹감'이라 부르며 고급목재로 분류된다. 고급가구, 건축, 조각재로 사용된다.
추신.
청와대 조경을 관리하다 체력적으로 지칠 때면 감을 따먹곤 했습니다. 속설이지만 첫서리를 맞은 감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사실 이건 저만의 영업비밀인데.. 청와대에 있는 감나무 중 어느 나무 열매가 제일 달고 맛있는지 알고 있어요. 궁금하신가요?
단행본 출처
강판권,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글항아리(2019), 771~775
자료 출처
http://www.hanwool.co.kr/gears_pds/board/2266/%EC%95%8C%EA%B8%B0%EC%89%AC%EC%9A%B4%20%EB%96%AB%EC%9D%80%20%EA%B0%90%EB%82%98%EB%AC%B4%EC%9E%AC%EB%B0%B0%EA%B4%80%EB%A6%AC%EB%A7%A4%EB%89%B4%EC%96%BC1.pdfhtt
http://lawncom.co.kr/moden/bbs/board.php?bo_table=sub07_03&wr_id=74&page=20
먹감나무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timber56/221071048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