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종종 지방 출장을 가곤 하는데 그러면 늘 마을 주변이나 뒷산을 천천히 뒷짐 지고 걷는다. 그러다 보면 평소에 바라보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 모를 잡초에 시선이 끌리듯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보는 덩굴이 눈에 들어왔다.
"잎이 다섯.. 장이네?"
"ㅋㅋㅋ 다섯 장 잎을 가진 식물(?)은 특별한데"
"심 봤다~!"
그렇다. 산삼은 잎이 5장이다.
(대마초도 잎이 5장인데..?)
(사람 손가락은 5개인데..?)
여튼.
시간이 흘러 청와대 조경팀에 입사하게 되었고 주변 경관 정리를 하던 중 똑같은 덩굴을 발견했다. 나는 궁금했다.
"이게 도대체 뭘까..?"
주변을 둘러보며 이리저리 살펴봤다. 한참 궁금증에 빠질 때쯤 선임 동료가 다가와 정답을 알려줬다.
“으름이야. 열매 열리면 한 번 먹어봐”
“으름…?”
여러분은 “으름”을 알고 있나요? 연령별로 즐겨온 문화가 다르지만 대부분 40대 이상 분들은 알고 계시는 듯합니다.
으름은 산야에서 자라는 야생과일로 토종 키위라 불리는 ‘다래’와 같은 과일이다. 다래는 개량되어 품종이 많고 맛있으나 으름은 첫맛은 달달하고 기름지니 맛있으나 두 번째 맛부터는 느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 손이 잘 가질 않는다. 심지어 씨가 많은데 씹기라도 하면 엄청 써서 자연스레 뱉게 된다.
가을이 되면 열매는 익으면서 껍질이 벌어진다. 이때 생긴 모양이 바나나와 닮았다.
으름덩굴
낙엽활엽 덩굴나무로 길이는 10-20m가량 성장한다. 잎 5장으로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다. 꽃은 4-5월에 암수한그루로 노란빛이 도는 회색 또는 연한 자주색이다. 꽃받침은 꽃잎처럼 보이며 3장이다. 열매는 먹고, 뿌리와 가지는 약용으로 쓰고 줄기는 세공재로 이용한다.
추신.
9월~10월에 익는 열매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아요. 지금은 보기 힘들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