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수술은 소파술
소파술을 한 지 사흘째다.
신기하게도 소파술 이후 나를 괴롭히던 메스꺼움, 울렁거림, 어지러움은 깨끗이 사라졌다.
입덧 증상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그 증상들이 없어지니 몸은 편한데 참 씁쓸하다.
아기집을 확인하고 심장소리를 들으러 가기까지 2주의 기다림은 마치 두 달은 되는 듯 길게 느껴지더니
유산 진단을 받고 오늘까지 딱 1주일,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심장소리 듣겠다고 신나게 병원에 갔던 날, 초음파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커진 아기집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초음파 사진도 주지 않았으니까.
주호에게 아기가 없다... 잘못된 거 같다... 하면서 진료 순서를 한참 기다리다가 진료실에 들어갔다.
역시나 담당 의사 선생님은 더 기다려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계류유산 진단을 내렸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애써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담당 의사와 주호의 어떤 위로의 말도, 앞으로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무엇을 결정하고 싶지 않았고, 결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뭐가 뭔지 모르게 소파술을 하기로 하고 집으로 와서 한바탕 울어재꼈다.
실컷 울고 나니 다시 사고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회사 휴가를 내야 하니, 팀장한테도 말해야 하고... 엄마한테도 말해야 하고... 내 입방정을 수습해야 했다.
그렇게 한동안 대외적이고 사무적인 처리를 하고 나서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방어회를 포장해와서 주호랑 같이 먹었다. 오랜만에 맥주도 한잔 했다. 이 와중에 첫 모금은 참 맛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맛있다고 느끼는 내가 원망스러워 또 눈물이 났다.
그날 밤은 계속 그렇게 울컥울컥 눈물을 흘리다 잠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부터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에 눈물이 났고, 내 몸과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눈물이 났고,
앞으로 또 유산이 되는 건 아닐까, 아기를 갖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또 눈물이 났다.
뭐가 잘못된 거였을까.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도 없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했다.
다시 임신이 되었을 때, 불안이나 두려움보다 기쁨이 더 클 수 있을까?
혹시 습관성 유산 일지 모르니 염색체 분석을 해봐야 하는 걸까?
내 몸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파술을 하는 월요일 아침, 새벽부터 눈이 떠졌지만 애써 눈을 다시 감고 잠을 청했다.
시간에 맞춰 약을 먹고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걱정과 달리 배가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병원에 가서 주호를 3층에 두고 혼자 6층 분만실로 향했다.
분만실이라는 곳을 이렇게 가게 되다니...
나처럼 소파술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름이 다른 공간을 하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옷을 갈아입고 수술실로 가서 누웠다.
내 팔과 다리를 고정시키고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인터넷에서 본 다른 경험자들과는 달리 나는 그렇게 막 슬프거나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오래간만에 기도를 했다. 내가 아프지 않게 미리 데려가 주셔서 감사하다고. 내 옆에서 함께해 달라고.
수면마취제가 들어가는 와중에 수술을 시작했는지 너무 아파서 아프다고 아프다고 하다가 잠들었다.
일어났더니 회복실에 누워있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냥 좀 많이 우울했다.
저녁에 엄마 집에 가서 만두전골을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TV를 보고 주호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고 잤다.
그렇게 그날부터 먹고, 자고, 놀고, 자고, 먹고를 사흘째 하고 있다.
이 경험은 앞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말 나를 위로하던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더 건강한 아이가 찾아와서 잠깐의 아픔으로 남을까,
아니면 같은 경험을 또 하게 되어 더 큰 아픔이 될까.
(202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