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아쉽다.

'25.10.31

by 지아현

아빠는 첫째 지아가 백일 무렵 돌아가셨다.

얼마나 원하고 기다리던 손주인데.

임신 중일 때만 해도 기력이 있고 정신이 맑았지만

암이 진행되고 통증이 시작되면서 몸이 힘들어지고 정신도 흐릿해 져갔다.


오로지 아빠를 가까이서 보려고 부모님 집 옆 동으로 신혼 집을 구했던 나는

아기를 데리고 부모님 집을 바쁘게 드나들었었다.


"아빠 손주야, 예쁜 손녀야~"

"지아야,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빠에게 분명히 강하고 긍정적인 자극일 거라 생각했다.

어떤 날은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 지아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또 어떤 날은 초점 없이 쳐다보다 눈을 감아버리기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산책을 하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나 꼬마 여자아이가 지나가면

"아유~ 인형 같네~! 우리 딸 아기 낳으면 아빠가 예쁜 옷 많이 사 줄께!" 했던 아빠였다.


백일 기념 사진은 집에서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지아와 아빠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고 아빠는 돌아오지 못했다.

아빠의 장례는 코로나 시기라서 장례식장을 구하기도, 화장터를 구하기도 힘들었었다.

뭔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아빠의 유골함을 집에 하룻밤 모셔 놓을 수 있었는데

우리 집에도 들러 한 바퀴 돌아보실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아와 마지막 인사도 나누었다.

지아가 유골함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을 수 있게 해주었다.

분명 느꼈을 꺼다. 지아는 아직 따뜻했던 유골함에서 외할아버지의 온기를.

그리고 아빠는 고사리 손으로 인사하는 지아의 손길을.


이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참 잘했다 싶은 부분이다.

지아가 기고, 걷고, 뛰고, 노래하고, 춤추고, 재잘대는 것은 보지 못했을지언정

자신에게 새 핏줄이, 손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셨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사무치게 아쉽다. 조금만 더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셨었으면...

둘째도 생겼는데...!


아이들이 귀여울 때마다, 예뻐서 기절할 것 같을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난다.

"아빠가 봤으면 진짜 좋아했을텐데." "보고 있겠지...!"


지아_아빠유골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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