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껍질이 깨지더라

영국 1년 살이의 기록들 8

by 물결맘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여름부터 아이키도를 배우고 있다.


'합기도'를 일본 발음으로 아이키도라 읽는데,

태권도처럼 전 세계적으로 도장이 많이 퍼져있는 국제적인 무술이다.

한국에서 많이 보편화된 합기도와는 맥락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40대 노구를 이리 던지고 저리 굴리며 지난 해 11월 겨우겨우 검은 띠를 따고

드디어 하카마(검은 치마처럼 보이는 바지)를 입게 되었다.

영국 1년 살이 중에도 아이키도를 계속 수련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나의 중요한 이슈였다.


다행히 영국의 작은 도시인 사우스햄튼에도 아이키도 도장이 있었다.

서울 신촌에 위치한 우리 도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조직인 '아이키카이(합기회/合氣會)'소속인데

이곳의 도장은 '기(氣) 아이키도'라는 또 다른 전통을 따르고 있었다.

어떤 수련을 하게 될까 약간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계속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었다.

도장 분들은 아이키카이 소속의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1주일에 한 번씩 그 곳에서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의 아이키도는 내가 하던 수련과 차이가 있었는데,

정신적인 측면을 굉장히 강조한다는 점이 가장 달랐다.


사실 내가 아이키도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어떻게 하면 지금과 다른 방법으로 마음 쓸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서였다.

아이키도 창시자인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님의 글을 읽고

'어맛! 여기에 답이 있나봐'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아이키도를 시작했었다.

하지만 아이키카이 방식으로 수련을 할 때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어로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 혼자 그것을 유추해내야 하는데, 진전은 더디기만 했다.


그런데 이곳의 선생님은 수련 시간에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려주신다.

기(氣/energy)와 마음, 몸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마음을 다른 방법으로 썼을 때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만들어낸 움직임 형식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수련 시간에 배운 것을 일상 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굉장히 직접적인 언어와 움직임 시연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다.


사실 서울에서 책을 읽고 아이키도 수련을 하면서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말한 게 이게 맞나... 정말 그가 의도한 대로 내가 수련을 하고 있나...'

늘 확신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새로운 관점의 아이키도를 접하니

낯선 것과 부딪혀 지금까지 내가 어떤 껍질에 둘러싸여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된 느낌이다.


아, 역시 혼자서는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른 관점을 경험해봐야 내가 지금까지 무얼 모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거구나.

새로운 만남은 그래서 정말 소중한 거구나, 싶었다.

그동안 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 전혀 되고 있지 않았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은 정말로 값진 앎이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고, 재택 프리랜서로 살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점점 줄어만 갔는데,

이제 새로운 만남을 불편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줄 낯섦과의 조우를 좀 더 즐겨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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