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

영국 1년 살이의 기록들 9

by 물결맘

영국에서 1년 살이를 시작한지 3달 가까이 되어 간다.

첫 달은 살림살이를 마련하고, 왼쪽 운전을 배우느라 정말 고된 시간을 보냈다.

십여 년 전 아이를 낳고 첫 달이 이렇게 힘들었을까...


이제 시간이 좀 흘러 동네도 눈에 익고, 어느 마트에 가면 어떤 맛있는 게 있는지 알고,

책 읽기 좋은 카페가 어디인지도 파악을 하고 나니 영국에서도 좀 지낼만하다.

하지만 아침에 아이와 남편이 나가고 한없이 게으르게 침대에 누워 있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축 늘어지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이렇게 그냥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어!'

무언가 정기적으로 집에서 나갈 루틴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하루에 하나씩 공식적인 일정을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나를 바쁘게 굴릴 틀을 만드는 중이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시내 도서관과 한 교회에서 하는 무료 영어 강의에 참여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 우리나라 중학교 영어 수준이지만,

그래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새롭게 배우는 것이 꼭 있어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충족감이 든다.


어제 도서관 수업에서는

스코틀랜드에서는 점심을 dinner라고 부르고 저녁을 tea(욍?)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해주는 일을 하는 분을 'dinner lady'라고 한다고...

사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도 그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아서

"그러니까 스코틀랜드에서는 아침과 저녁만 먹고, 차를 마시고 잔다는 건가요?"하고 되물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에 먹는 밥'이라는 뜻의 단어가 'tea'인 것이었다. ㄷㄷㄷ (도대체 왜?)


그리고 date라는 단어를 공부하면서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 전에

대추야자(date)와 차로 먼저 속을 달래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추(jujube)와 이들이 먹는 대추야자는 다른 종류의 과일이란 것도!

한국 코스트코에 파는 date가 대추가 아닌 대추야자였구나...

'대추를 참 비싸게 파네...' 하면서 한번도 안 샀었는데.... 돌아가면 한번 먹어봐야겠다...


월화수 저녁에는 나의 사랑 네이버 '영국맘' 카페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ZOOM으로 영문 소설 음독 스터디를 하고 있다.

지금은 Elena Ferrante의 소설 <My Brilliant Friend>를 읽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 <우리들>도 생각나면서 은근 재미지다.

귀염뽀짝한 어린 소녀들의 마음 속에 빙의되어 잠깐 살아보는 기분...

40분씩 돌아가면서 책을 한 장씩 읽는데 새로운 단어를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미국 시에틀에 사는 조나단과 함께

1시간 반 동안 ZOOM으로 language exchange를 한다.

사실 조나단과는 지난 해 여름부터 매주 한 번씩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내가 영국에서 멀쩡히 사람들과 스몰 톡도 하면서 잘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다 그의 공이다.

미국을 떠난지 10여 년이 지나 회화 실력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다시 영어로 수다라는 것을 떨 수 있게 해준 그가 참 고맙다.


이외에도 목요일 저녁에는 아이키도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근교 도시를 여행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 매일 차로 아이를 데리러 가며 운전 실력이 는 것도 뜻밖의 수확이다.

브런치 글도 틈틈이 더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그 동안 마감 기일과 금전적 보상이 없으면 노트북을 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일하지 않는 기간이 늘어나니 이제는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GOOD!


이 정도면 나도 영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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