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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넌 Jan 28. 2022

많이 늦은 2021년 4분기 리뷰

어느 한 20대의 젊디 젊은 일상


| 구글의 OKR


작년부터 구글의 OKR이라는 목표 달성 방식을 내 삶에 적용해보았다. OKR은 팀 혹은 개인이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Objective Key Results의 줄임말로 Objective는 목표, Key Results는 핵심 결과를 의미한다. Objective(목표)는 궁극적으로 성취해야 할 것으로 현실적이고 단순하며 열정적이어야 한다. KR(핵심 결과)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결과를 의미한다. 객관적이고 측정과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핵심 결과를 모두 성취하면 목표는 달성되도록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응원하는 아스널의 목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하기’라면 핵심 결과는 ‘경기당 평균 실점 0.5점대 만들기’, ‘승점 최소 95점 이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스널은 우승할 수 없.다.)


| 나만의 OKR


구글의 OKR을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아예 다른 방식인 것 같기도 하다.) 우선 해당 분기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는다.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상관없다. 2022년 1분기 내 목표는 '브랜드적인 삶 살기이다.' 최근 읽었던 책인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매 순간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행에 옮기는 삶을 살려고 한다. 목표를 설정한 후 내가 속한 집단의 존재 이유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각 집단의 KR을 적는다. KR을 모두 달성한다면 내가 설정한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분기가 끝날 즈음 OKR에 대한 리뷰와 각 집단에서 배운 점, 개선점을 적는다.


구글이 OKR을 사용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난 다른 이유로 OKR을 적용한다.

첫째, 동기부여를 위해서이다. 높고 장기적인 목표만을 메모장에 적고 그것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목표가 너무 멀리 있어 잡히지 않을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의지를 잃었다. 그래서 분기별로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단기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둘째, 어느 정도 정량적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확인이 되지 않을 때 갈피 잃은 송아지가 된다. OKR은 내가 설정한 목표에 맞게 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방식이다. OKR은 날 안정시켜준다.

셋째, OKR은 사실 리뷰를 위한 소스에 불과할 수도 있다. 목표와 핵심 결과를 바탕으로 내가 경험한 것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값지다고 생각한다. 난 OKR을 통해 드라마틱한 성공과 목표 달성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해주는 파트너로도 충분하다.

넷째, 각 집단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OKR의 논리 구조는 내 행동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목표와 긴밀히 연결시켜준다. OKR을 통해 점점 내 삶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 2021년 4분기 리뷰


많이 늦었지만 2021년 4분기 OKR에 대한 리뷰를 해보았다.


(1) SLOWWOWSLOW-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SLOWWOWSLOW(브런치 매거진)는 브랜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이자 내 글을 공유하는 창구이다. 브랜드에 대한 내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KR 중 하나였고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루었다. 내 글은 메모장에 갇혀있었다. 내 생각에 대한 글이 꽤 많은 사람들한테 읽히니 기분이 새로웠다. 브랜드에 대한 글을 쓰며 나 또한 좋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생각은 발산할수록 더 깊어지기 때문에 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또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을 매번 깨닫는다. 글을 쓰게 된 이후로 책을 항상 곁에 두고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디깅한다. 또 밖에서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항상 내가 먹는 정보의 양과 내뱉는 생각의 양을 어느 정도 유지하려고 한다. 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탈이 나는 것 같다. 2022년 1분기에도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글을 쓰고 싶다.


(2) BASECAMP- 천천히 그리고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것을 찾아 실현하는 팀


‘천천히 하고 싶은 기획을 해보자!’라는 야심 찬 구호와 함께 만든 프로듀서 팀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제한된 상황에서의 기획 말고 자유로운 주제 속에서 날것의 기획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기획에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 날개를 달아줄 줄 알았지만 오히려 막막한 상황이 발생했다. 기획의 재료만 많았고 어떻게 요리하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성이 잡히질 않았다. 그래서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자유로운 기획이라는 것의 시작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개씩 들고 와 서로에게 공유하는 ‘CAMPFIRE’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초반엔 자유 주제일 때가 많았지만 요즘엔 넓은 범위의 주제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발표 형식도 자유이고 중간중간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오랫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보이는 것도 정말 흥미롭다. 구성원 모두 현재 이 프로젝트에 만족하고 있다. (아마도.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이 집단은 계속 자신에 대해 찾아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집단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분기엔 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이 있다.


(3) 대학생- 항상 배우는 신분

‘항상 배우는 신분으로 있자’가 내 대학생활 목표가 되었다. 대학교 수업을 들으면 항상 드는 의문이 이걸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얻은 지식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저번 분기의 목표였다. 배운 것을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들었고 언젠가 사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저번 학기 ‘광고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자 심리 분석’이라는 수업은 내 대학생활 중 최고의 강의였다. 처음으로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편지를 적었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하나만 말해야 한다.’ ‘한 방을 위해 빌드업해야 한다’ 등 광고를 비롯해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나의 메시지를 위해 조사를 하고 어떻게 풀어낼지 논리구조를 짜고 디테일을 손보는 것이다. 그럴수록 핵심에 다가갈 수 있고 그 핵심이 잘 드러날수록 좋은 기획인 것 같다. 이번 분기엔 새로운 환경에서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새로운 환경에 놓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혼자서 무언갈 해온 적이 많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연습을 더 하고 싶다.


(4) 와그작- 리브랜딩 프로젝트

와그작이라는 새로운 팀에 들어가 좋은 기회로 한 브랜드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찾아내고 그 브랜드가 강조해야 할 부분을 찾기 위해선 정말 깊숙이 알아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부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선 많은 설득과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모든 구성원의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에 이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통일된 목소리여야 메시지가 고객에게 크고 선명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다. 카피 한 줄에 새벽까지 회의하고 텍스트 위치 하나로 하루 종일 이야기했다. 자세히 이야기할 순 없지만 많은 시간을 들였고 열심히 일했다. 같이 일했던 형들도 너무 고생 많았고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을 읽을진 모르겠다. 솔직히 이런 말 못 한다. 부끄럽다.)


(5) commuters.club- 바닥부터 시작하는 브랜드 제작기

새로운 팀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래 이번 겨울방학에 팀원을 모아 내가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실현하려고 했다. 그러나 먼저 제안받은 재밌는 계획에 혹해 결국 내 원래 프로젝트를 미루고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커뮤터스클럽'은 ‘통학/통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이다. 나를 비롯해 지금 팀원들은 모두 버스와 지하철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난 학교까지 무려 왕복 3시간이 걸린다.)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통학/통근’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우린 매일 한탄하고 짜증내고 힘들어한다. 굉장히 고된 이 시간을 물리적으로 편안하게 만들 순 없지만 이를 대하는 마인드를 유쾌한 메시지를 통해 긍정적으로 바꿔보려고 한다. (통학과 통근에 지친 분들이 계시다면 인스타 한 번 구경오세요..!) 누구나 맞기 전엔 계획이 있다는 말처럼 요즘 계속 맞고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기획을 실제로 구현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매번 느끼며 일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 메시지를 듣고 피식하는 커뮤터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재밌게 일하고 있다.


| 마지막 한마디

바빠도 자주 쓰고 고치고 싶은 게 글이지만 쉽지 않네요. 다들 행복한 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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