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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넌 Nov 02. 2021

지기지기면 백전불태

어느 한 20대의 느릿느릿 브랜드 제작기

| 먼저 나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겠다. 퍼스널 브랜딩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남에게 나를 알리는 데에 좀 더 목적이 있지만 난 알리기 전에 나부터 알아야겠다. 모두가 갖고 있는 브랜드 ‘나’. 난 이 브랜드를 어떻게 전개해왔을까. (사실 그냥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거 정리한 건데 그래도 브랜드 글이라서 퍼스널 브랜딩 넣어보았다.)



이건 3달 전부터 적어 놓았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적어 놓으면서 더 몰두하게 되었다. 처음에 적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다. 고민을 해야 하는게 어이가 없었다. 아니 좋아하는 게 바로 안 나온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일상이 되어버려서 좋아하는 걸 까먹었나 싶었다. 취향이란 걸 굳이 적어야 할까 하며 썼다 지우기도 했다. 뭐 1주일 정도 지나니 지나치게 쌓여서 좀 덜어내야 했지만. 덜어낸 이유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괜히 있어보이는 걸 적어놓았다. 부끄러우니 한 가지만 예를 들면, '르네 마그리트와 한나 회흐의 그림을 좋아함' (그들의 그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열성적으로 좋아하진 않고 가끔 그들의 그림을 보고 그들의 그림인 것도 까먹는다.)


1주일동안 적어 놓은 걸 '추구하는 삶, 하고 싶은 일, 취미, 취향' 4가지 정도로 분류해놓았다. 이제 이 것들은 내 브랜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재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자 이게 저입니다. 짜잔.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정확히 적을 수 있다면 남에게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확고하고 솔직한 취향을 가지는 것. 내 목표 중 하나이다.



| 일적인 면에서의 나


'프리워커스'-모빌스 그룹, 유튜브 채널 모티비

이제부터는 모빌스 그룹의 대표 ‘모춘’ 님이 퇴사를 하고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기록했던 4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요즘 유튜브 채널 ‘모티비’와 책 ‘프리워커스’를 정말 재밌게 보고 읽고 있다. 난 직장인은 아니지만 그들의 메세지에 공감하고 위로 받았다.) 나는 뭘 잘하고 못하는 사람인지, 그동안의 성취요인과 패인은 무엇이었는지, 누구와 함께 일했을 때 좋았는지, 앞으로 누구와 일하고 싶은지 기록해보려고 한다. 모춘 님은 직장에서 일해보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을 답하는 데 나보다는 편하셨을 것 같다. (난 해본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일단 내가 3년동안 뭘 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시험공부하기 전에 방정리 하는 게 국룰인 것처럼 말이다. 이건 내가 좋든 나쁘든 의미 있었던 것들이지 이력서에 쓸 만한 내용은 아니다.



2018 [어쿠스틱 밴드 신수동일번지]

logo, 3장의 공연 포스터 (참고: 로고랑 뒤 포스터는 내가 디자인한 거 아님)
이건 그냥 이뻤던 거 모음

: 혼자가 아닌 팀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공연한 첫 경험. 기타도 배움. 여기서 만난 형들 때문에 디자인 시작함. 이 동아리 인맥이 내 대학교 인맥의 끝. 순수하게 재미로 보면 인생에서 손 꼽을 수 있음.



2018 [첫 개인 프로젝트 진행: 'lany' , 'uNComForTaBLe', '시 한 편 그리고 포스터 한 장']

(왼쪽부터) 'lany' , 'uNComForTaBLe', '시 한 편 그리고 포스터 한 장'

-Lany 앨범을 듣고 각 노래에 어울리는 포스터 제작하는 프로젝트 'Lany'

-같이 사용했을 때 느낌이 어색한 단어들을 시각적으로 조합하여 포스터를 제작하는 프로젝트 'uNComFoRtaBLe'

-시에 푹 빠져 있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시를 알리고자 시 한 편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프로젝트 '시 한 편 그리고 포스터 한 장'


그래픽 디자인을 처음 공부할 때 내가 기획한 주제로 내 디자인 작업을 진행해보았던 프로젝트들. 실력은 안되는데 느낌은 내고 싶어서 정말 눈이 빠져라 연습했었다. 하드에 저장된 프로젝트 외의 작업물은 너무 많아서 정리조차 불가능했다. 실력은 둘째치고 열심히 재밌게 했었구나.



2019 [학교 강의 프로젝트]

'스탈링스' 수업에서 진행한 팀플. 기억하는 자를 위한 집단 '기억[ㄱ]' 팀. 치매 노인 분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프로젝트.

 내가 한 건 피피티와 '꿈이 있는 데이케어센터'에서의 하루 봉사 뿐이었다. 팀플 조원 분들의 고운 마음과 기획이 인상깊었다. 과 특성상 팀플이 많다. 그 팀플 중에서 의미있고 그래도 좀 잘했네 생각한 기획. (근데 이거 교양이었네)



2019 [콜드프로덕션 (qoldproduction)]

(왼쪽부터) logo, per, id

대학교에서 만난 남규와 함께 팀을 이뤄 만든 그래픽 스튜디오. 지금껏 내가 제일 공들인 프로젝트였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시기. 우리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람에게 존재하는 두 개의 자아(남들에게 보여지는 나, 숨겨진 나’를 캐릭터(per,id)에 투영하여 두 개의 자아가 옳고 그름 없이 공존하며 그 것들이 결국 모두 '나'이다’ 였다. 이 무겁다면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보려고 했다. 2019 young creative korea에서 전시도 하였고 브랜드 웹사이트도 제작해보았다. 전시 후에 이 스튜디오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지는 못했다. 이 이야기는 따로 에피소드로 풀도록 하겠다. 남규야 고생많았다. 너의 전역을 항상 기다린다. 단결. (더 많은 메시지와 비주얼들은 @qoldproduction 인스타그램에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https://www.instagram.com/qoldproduction/



2019 [SMEFF 영화제 비주얼 브랜딩 ]

(왼쪽부터) Smeff 포스터, 현수막, logo
(왼쪽부터) staff 명찰, invitation 카드, 팜플렛

나에게 개인적으로 들어온 첫 외주 비주얼 브랜딩 건이었다. 내가 이런 실무 경험이 많지가 않다보니 내 몸과 정신이 많이 갈려나갔다.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돈을 받으면서도 뭔가 찜찜했던 기분이 있다. 준다고는 했으니까 받아도 되기는 하면서도 나 저만큼 잘했나? 뭔가 애매한..(과 내에서 진행한 행사이고 기획팀장이 나랑 아는 사람이었어서 그런가..)



2020-2021 [kimjunheon.co.kr: 개인 프로젝트 및 앨범 비주얼]

앨범커버 디자인 및 포스터, 프로젝트

제일 최근까지 했던 개인 프로젝트들이었다. 군대에서도 휴가나 외박 때 꾸준히 작업하였다. 내 취향이 많이 담긴 여러 작업들을 진행하였지만 많은 관심을 얻진 못했다.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 디자인 경험이 언젠가 빛을 발할 거라고 보고 디자인은 꾸준히 공부해 나가고 연습할 것이다.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kimjunheon.co.kr 이나 노트폴리오에 kimjunheon.co.kr 검색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반 고흐가 죽고 난 다음에 그림들이 유명해진 것처럼 나도 이후에 알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혹한 생각 땜에.)

https://notefolio.net/kimjunheoncokr



2021 [프로듀서 팀 베이스캠프]

.logo, 29초 영화제 출품작

현재 2명의 친구와 함께하는 프로듀서 팀 (기획 팀)이다. 내 '느리게' 철학이 담긴 프로듀서 팀으로 내 철학에 동의한 친구들을 모아 설립하였다. 무언가에 휩쓸리는 기획(팀플 지옥에서 하는 주제와 형식이 정해진 기획, 데드라인 등)이 아니라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기획을 해보고 서로 피드백하면서 실현해보자는 취지에 만들었다. 현재도 활동 중에 있다.


자 이게 내 경력이다. 쓰실 분들은 연락주세요. (농담)



| 질문에 답해보기


난 뭘 잘하고 못하는 사람일까?


잘하는 것

-집단이나 개인 프로젝트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유지하고 그걸 바탕으로 가지를 넓혀가는 것

-일에 몰두를 잘함

=>잘하는 거는 있어보이게 쓰게 된다.


못하는 것

-내가 했던 활동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함

-피드백을 잘 못 받아들임

=>못하는 거는 괜히 변명하고 싶다. (썼다 다 지움)



그동안의 성취요인과 패인은 무엇?


여기서 제일 성취한 건 콜드프로덕션이다. 성취요인은 그 당시에 우리가 ‘겪고’ 있던 ‘관계, 자아’와 관련된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해서이다. 실제로 우리가 겪는 고민과 생각이어서 아이디어와 메시지가 술술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없어진 watco 카페에서 거의 8시간씩 회의하고 작업했다.)


제일 아쉽게 실패한 것도 콜드프로덕션이다. 가능성을 보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스튜디오를 진행하진 못했다. 패인은 2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메세지를 잊었다는 것이다. 전시 도중에 난 허무의 끝을 달렸다. 우리 전시 부스 주변에 멋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전시를 했다는 뿌듯함보다는 열등감이 더 늘었다. (실제로 이런 나 땜에 남규는 혼자 작가 회식에 참여하고 전시 부스를 지키기도 했다.) 그래서 이후에 부담감이 가중되고 우리가 처음에 전달하려고 했던 메세지를 잊은 채 작업했다. 그렇게 서서히 우리가 먼저 콜드를 버렸다. 둘째는 돈을 벌기 위한 창구를 마련해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만든 캐릭터와 메세지만으로 돈을 벌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돈을 버는 건 욕심이었을 수 있지만 당시 우리는 돈을 버는게 목표 중 하나였고 난 돈을 버는 성취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주의 기회를 열어놓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캐릭터를 활용하여 스튜디오를 전개해 나갔거나 외주의 길을 열어 놓았다면 지금 콜드프로덕션은 살아있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per와 id에게는 애정이 깊다)



누구와 함께 일했을 때 좋았는지


일했을 때 좋았던 사람은 동아리에서 만난 ‘강찬우’라는 대학교 선배이자 친한 형이다. 이 형은 일단 실행력이 강하다. 어떤 계획을 세우면 현실성과 객관성을 첨가한 실행력으로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버린다. 그리고 감각이 있다. 될 것 같은 거에 같이 반응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있다. 생각해보니 같이 해본 건 공연 기획 1번이었다. 뭐지 이미진가. (이 형이 건드린 팀이나 동아리는 계속 살아남았다.) 암튼 난 이 형이랑 일했을 때 좋았던 것 같다. 이 형 요즘 좀 잘나가는 것 같다.



앞으로 누구와 일하고 싶은지

자신이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가 명확한 사람

성장하려는 욕망이 있는 사람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

(우선 다른 사람들이 나와 일하고 싶도록 성장하고 싶다.)



| 마무리


자 김준헌 분석 끝. 이 질문들에 주기적으로 답하면 삶이 위태롭지는 않기를 바란다. 지기지기면 백전불태 (언어유희 깔깔깔) 이번 편도 사실 나만 재밌었다. 다음 편에는 유익하고 재밌는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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