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비교적 긴 호흡으로 작성되는 브런치스토리 글과 달리,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분량의 이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월 초,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정리하여 브런치 스토리에도 공유하려 합니다. 여러분과 더 자주 브랜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인스타그램에서도 함께 브랜드 이야기 나눠봐요 :)
* 개인적인 영화 해석이 담겨 있습니다.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어주세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난 10월 25일 국내 개봉하였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사상 최단기간인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이번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작품으로, 개봉 일정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무제한의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달에 1분의 장면이 제작될 만큼 작업 속도가 느려진 시기도 있었다고 하죠. 또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인 '스즈키 토시오'의 말에 따르면, 일본 영화 역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들였다고 합니다.
이번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이야기로 채워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창작을 하게 된 계기, 창작으로 전하려 했던 메시지와 꿈 등 자신의 '창작'하는 삶을 그대로 투영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전 작품의 캐릭터와 장면을 오마주한 비주얼들과 마주하게 되죠.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는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살아온 창작하는 삶을 나열하고, 앞으로 관객이 살아갈 삶을 되묻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 속 질문을 끝으로, 자신의 창작하는 삶과 이별합니다. 삶의 전부였던 창작과의 이별마저도 창작으로 행한 것이죠. 이번 영화는 가장 그다운 이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미야자키 하야오를 오랫동안 사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작화와 그 속에 숨겨 놓은 메시지도 분명 한몫했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이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한 컷 한 컷 손으로 그려나가는 수작업 방식을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관객들은 그의 고뇌와 노력에 감동합니다. 영화 그 자체뿐 아니라, 그가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정성을 느끼죠.
이번 영화의 주제가 '지구본'에는 "서로의 손이 닿을 때의 기쁨도, 손을 놓았을 때의 슬픔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려나가"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가사처럼 '미야자키 하야오'는 창작에 손을 놓을 때도, 가장 그다운 창작으로 애정과 진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 작품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정성을 엿볼 수 있었기에, 그가 전해 온 메시지에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의 지향점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끝까지 고수하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얼마 전, 반스'는 최초로 지하철역을 활용한 스트릿 축제를 열어, 서브컬처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라이탁'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온오프라인 매장 결제를 중단하고 무료 대여 서비스를 진행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마지막 작품에서까지 '창작'에 대한 진심을 보여준 것처럼, 브랜드도 '다움'을 끝까지 지켜나가야 합니다. 감동을 주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말이죠.
지난 3월 밴드 '실리카겔'은 패션 브랜드 '산산기어'와 ‘Youth'를 주제로 한 싱글 'Mercurial'을 공개했습니다. '산산기어'는 '실리카겔'을 위한 컨셉 의상을 제작했으며, 음원과 동일한 제목의 23 S/S 컬렉션을 발매했습니다.
'산산기어'는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컨셉을 매 시즌 컬렉션에 녹이며 국내 고프코어 씬을 이끄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입니다. 이들의 컬렉션에는 전염병이 창궐한 뒤의 세상과 같은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죠.
'실리카겔'은 새롭고 실험적인 사운드와 고유한 사이키델리아를 지닌 국내 밴드입니다. 추상적인 가사 속 도전, 저항의 메시지와 감각적이고 미래적인 비주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죠.
모델이나 앰배서더가 아닌 공통의 주제로 음원과 시즌 컬렉션을 연결한 형식의 콜라보레이션은 독특합니다.
아티스트를 브랜드의 얼굴이 아닌 함께 메시지를 전하는 동반자로서 협업한 것이죠. 실제로 약 8개월간의 준비를 거쳤기에, 단순한 협업이 아닌 거대한 프로젝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각각 실험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컨셉과 저항적이고 도전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비슷한 타깃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와 밴드입니다. 가치적인 측면에서의 공통점을 기반으로 한 협업이기에, 더욱 선명하게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협업에서 전하는 Youth'의 메시지와 실험적인 무드가 고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죠.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새로움에 매몰되어선 안 됩니다. 새로움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하게 담아야 하죠.
새로움만을 추구한 협업은 경험의 수명이 짧습니다. 서로의 '다음' 사이에서 공통의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을 때 협업은 강력해집니다. 일련의 맥락 속에서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죠.
지향점, 라이프스타일, 아이덴티티, 미션 등 브랜드의 심지와 맞닿아 있는 브랜드와 함께 새로움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시너지를 통해 브랜드의 '다움'을 더 짙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의 심지와 맞닿아 있는 협업이라면 고객에게 더 설득력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는 '빈지노'가 정규 앨범을 작업한 스웨덴 하우스 스튜디오를 쇼룸으로 구현하여 리스닝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패션 브랜드 '쿠시코크'는 래퍼 김심야'와 캠페인 영상을 함께 제작하여 인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브랜드의 컨셉을 전달했습니다. '코카콜라'는 뉴진스의 Y2K 감성에 '코카콜라 맛있다'라는 구전 동요를 입혀 'ZERO'라는 음원을 출시했습니다.
아티스트의 강렬한 이미지와 새로운 만남 속에서도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맥락 속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점점 짧아지는 콘텐츠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긴 분량의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과정을 보여주는 비하인드 콘텐츠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는 선수들의 실시간 연습 영상을 공개합니다. 자막 하나 없는 2, 30분의 유튜브 영상엔 더 많은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해 달라는 댓글이 가득합니다.
걸그룹 아이돌 '르세라핌'은 팀 결성부터 데뷔까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다큐멘터리 'The World Is My Oyster'를 공개했습니다. 혹독한 연습 중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데뷔 일에 가까워지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죠. 이 영상은 많은 팬들에게 '르세라핌' 멤버들의 야망과 독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날 것의 비하인드 콘텐츠에 호응할까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화려한 일상이나 특별한 결과를 담은 콘텐츠가 인기였는데 말이죠. 저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사람들이 과정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결과 중심의 사회에서 점차 꾸준한 노력과 느린 과정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죠. 사람들은 대회에서의 메달이 아닌 자신이 운동한 시간과 칼로리 소모량을 기록합니다.
둘째, 진정성에 대한 민감함입니다. 뒷광고 논란, 콘텐츠를 억지로 만드는 이른바 '컨셉질' 등 거짓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이제 크리에이터의 진심을 잘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솔직함을 담은 콘텐츠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 양상은 '다움 을 착실히 쌓아나가고 있는 브랜드에겐 큰 기회가 됩니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구매합니다. 더 좋은 제품, 더 많은 기능보다 유일무이한 가치, 남들과 다른 철학이 소비자의 눈에 밟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궁금해하며, 동시에 이 가치에 대한 진정성을 평가합니다.
이제 브랜드는 날 것의 모습을 고객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과정을 다룬 비하인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비하인드 콘텐츠 속 브랜드의 이야기와 서사를 통해 브랜드의 '다움'을 알리고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날 것의 비하인드 영상은 진짜 그 '다움'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브랜드만이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에 더욱 가치 있습니다.
금융 플랫폼 '토스'는 책과 다큐멘터리를, 신발 브랜드 '그라더스'와 프래그런스 브랜드 '그랑핸드'는 뉴스레터를 통해, '모베러웍스'와 '오롤리데이'는 유튜브 V-10g를 통해 브랜드의 과정과 비하인드를 공개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 평가는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노출되는 고객 접점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브랜드의 과정을 숨기기보다 브랜드의 진심이 담긴 비하인드를 공개할 때입니다. 날 것의 이야기만큼 진정성을 보여주기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