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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넌 Nov 17. 2021

고객가치.제안.라이프스타일, '지적자본론'


| 눈이 가는 표지


옛날에 한창 앨범커버디자인을 공부할 때 힙노시스(Hipgnosis)라는 영국의 디자인 팀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들은 핑크플로이드, AC/DC, 폴 매카트니 등 여러 밴드와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그들은 굉장히 초현실적이고 독특한 이미지를 많이 만들어냈다. 그 이유는 밴드 이미지나 앨범과 상관이 있든 없든 항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그들의 모토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디지털 음원이 아닌 바이닐vinyl 시장이었기 때문에 음반 매대에서 눈에 띄기 위함이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냈냐면 내가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을 구매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대에서 눈에 띄는 책 표지였기 때문이다. 난 서점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구매할 책을 고르지 않고 서점을 갈 때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구매한 날도 나에게 브랜드적으로 무언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지와 비슷한 반투명 책날개 책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약간은 파란색 끼가 도는 검은색의 고딕체로 쓰인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골라보니 예전에 아부지가 추천해주셔서 읽은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의 저자이자 CCC의 대표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이었다. 너 잘 걸렸다.


| 살면서 적어도 100번은 들은 역지사지


마스다 무네아키는 굉장히 심플한 기획의 방법을 알려준다. 어떠한 분야의 자신의 철학을 확고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멋있었다. 그의 철학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가치를 우선시한다.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하나같이 명언이다. 역지사지. 어릴 때부터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는 거예요~.' 이 얘기를 귀에 박히도록 듣는 이유는 그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글이 읽히길 원한다면 독자들의 입장에서 글을 써야 한다. 그러나 처음엔 그러지 않았다. 처음 글을 썼을 때는 갇혀있던 좀비 떼가 우르르 나오듯 내 생각을 쏟아내는 데에 집중하였다. 내가 글을 쓰고 여러 번 수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쓸 때마다 되뇐다. 최대한 단문으로 가독성 있게. 아직도 어렵다. (얼마 전 발행한 ‘이솝’ 글은 볼 때마다 아쉽다.)


| ‘제안’한다는 것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지금 어떤 기획을 해야 할까. 그는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를 ‘서드 스테이지’라고 하였다. 이미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고 이제는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기획에는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DDP 디자인포럼에서 브랜드 ‘betterthansurf’를 알게 되었다. 이 브랜드의 대표님은 서핑과 자연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이를 즐길 때 필요한 제품을 만든다고 하셨다. 이 브랜드의 제품 중에 물에 젖지 않는 나일론 소재의 모자가 있다. 본인이 물에 젖지 않고 물에 뜨는 모자가 서핑을 하는데 필요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브랜드의 이야기 덕분에 '이 모자를 서핑할 때 쓰세요'가 아니라 '서핑하는 거 진짜 재밌어요 서핑할 때 이 모자 필요할걸요?'의 플롯으로 제안한다고 느꼈다. ‘이 제품은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면 됩니다.’가 아니라 ‘그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 제품들입니다.’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 예시가 마스다 무네아키가 말한 라이프스타일의 제안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제안은 디자인과 같은 말이라고 한다.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본질이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이 책의 소제목은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이다. 모두가 제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은 남들이 꺼내기 힘들다. 또 디자인을 통해 가시화한 생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좋은 기획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친절하게 가시화하여 제안하는 것이 아닐까.


이념은 단순할수록 구심력이 강화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준비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스다 무네아키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념은 단순하지만 실현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쌓아야 할 것이 바로 지적자본이다.  



| 마지막 한마디 

‘사실은 꿈만이 이루어진다.’ -마스다 무네아키

(이 말이 멋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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