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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넌 Nov 28. 2021

왜?왜?왜?왜?왜?

| 원래 그런 거야...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왜?’로 시작하는 질문을 많이 한다. 질문에 지친 어른이나 선생님은 가끔 ‘원래 그런 거야’라고 답한다. 정말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는 것 같다. 왜 유치원에 가야 하는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밥을 먹어야 하는지, 왜 손을 씻어야 하는지. 내 동생이 어릴 때 질문했던 것들이다. 이 질문에 빠짐없이 답하느라 난감했던 기억도 있다. 내 대답에 또 다른 질문이 만들어지면 난 당황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왜 책을 읽어야 해?’, ‘은솔이가 똑똑해지니까’ ‘왜 똑똑해져야 돼?’ ‘…’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요즘은 나 스스로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세상에 원래 그런 게 있나? 요즘 나는 이 WHY[왜]에 중독됐다.


| GOLDEN CIRCLE

GOlDEN CIRCLE

중독된 계기는 Simon Sinek의 Ted 강연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유명한 강연이다. 일명 ‘Golden Circle’에 관한 이야기이다. Sinek은 같은 기회에서 혹은 더 안 좋은 상황에서 왜 스티브잡스, 라이트형제와 같은 사람들이 남들과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해 궁금하였다. 이들의 패턴을 Sinek이 찾았다고 말하였다.


우선 Golden circle에 대해 알아야 한다. Golden circle은 Why, How, What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모두가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what)는 알고 있다. 어떻게 그 행동을 해야 하는 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왜 이 행동을 하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는 모호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제일 명료한 What에서부터 제일 모호한 Why 순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사람들은 안쪽의 Why에서부터 바깥의 What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Why를 보고 소비한다.


18분 정도의 강연을 많이 축소해보았다. 난 궁금했다. 정말 안에서 바깥으로의 사고와 행동은 사람을 이끌 힘이 있을까. 그래서 내 행동에서 '왜'를 찾아보았다.


| 나는 왜?


1

나는 왜 기록을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을 분석하고 통찰한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또 다른 사람들과 내 글을 계기로 소통하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록을 위한 기록을 하는 나를 보았다. 기록을 하기 위해 기록할 거리를 억지로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2주 동안 글 쓰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이제야 글을 쓴다. (사실 브런치 연말 결산을 받고 싶어서 쓰는 것도 있다. 10편 이상 써야지 결산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2주 동안 쌓인 기록할 거리들을 풀 생각에 행복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행동의 본질에서 벗어날 때 사람은 고민에 빠지는 것 같다. 야식이 그렇지 않을까. 내가 한창 체중관리를 할 때 먹는 행동의 본질은 적당량의 칼로리 보충이었다. 이 때는 야식은 내 고민이 된다. 내 먹는 행위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내가 먹는 이유는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다. 야식을 먹고 싶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다.


2

요즘 팀플이 굉장히 많다. 내가 요즘 제일 재밌게 하는 팀플은 광고 팀플이다. ‘디스커버리 익스페이디션’에 대한 광고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팀플에서 모든 사고 과정에 왜를 붙이고 있다. 질문은 쉽다. '왜 사람들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 어패럴을 입는 걸까?', '왜 사람들의 아웃도어 활동이 늘고 있을까?', '왜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말고 디스커버리를 입을까?', '왜 디스커버리는 노스페이스를 넘지 못할까?' 같이 팀플하는 분에게도 내가 계속 ‘왜’ 질문을 쏟아부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왜로 시작하는 질문에 답하다 보니 기획서의 논리가 잡혔다. 디스커버리가 전달해야 할 가치를 찾은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기획서를 소개하면 재밌을 것 같다.


3

나는 왜 뛸까? 원래는 담배를 끊기 위해였다. 담배를 끊기 위해 새로운 동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뛰기 시작했다. 난 운동을 정말 좋아한다. 진짜 러닝 빼고 다 좋아했다. 군대에서도 뛰는 날이면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뛸 때 자주 멈췄다. ‘아니 담배 끊으려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런 내가 뛰다 보니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 건강을 위해, 그리고 아무 근심과 걱정 없이 집중할 수 있어서이다. 본질이 바뀌니 난 러닝에 진심인 사람이 되었다. 러닝의 기분을 오래 느끼고 싶으니 오래 뛰기 위해 훈련한다. 뛰는 방법이 아니라 뛰는 이유가 바뀌니 더 잘 뛰게 되는 것 같다.


4

나는 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을까? 내가 느끼는 가치와 메시지를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싶어서이다. 그렇기에 우선 가치와 메시지를 꾸준히 모아야 한다. ‘그럼 왜 당장 하지 않아?’고 묻는다면 ‘아직 제 메시지는 숙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난 이쁜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다. 물론 만든다면 이뻐야 한다. 이 점을 내가 끝까지 안고 갔으면 좋겠다.


| ‘왜’는 방향을 알려준다.


실험 결과,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 행동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을 알면 방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가끔은 머리가 아프다. ‘아니 왜겠어. 원래 그러니까 그런 거지.’ 하고 넘기고 싶다. 하지만 방향을 알고 의미를 찾는다면 나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앞으로 수많은 ‘왜’에 자세히 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볼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WHY'가 다른 사람을 행동하게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삶이 아닐까.


| 마지막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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