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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Feb 07. 2020

서점 하기를 참 잘했어요

다다르다 서점일기 #10 서점 하기를 잘했어요 

@ 서점 다다르다, 대전 은행동 


1. 코로나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은 오프라인에서 서점을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긴 느낌이에요. 온라인 스토어라도 준비했더라면, 조금은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게으른 탓에 조금이라도 서점에 발길이 닿기를 바랄 뿐이네요. 감정 기복이 심한 요즘, 제 삶과 꿈을 어디에 가져다 두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중국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홍콩에서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안녕할까요.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데, 지금 책을 더 팔기 위한 마음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게다가 시민 자산화로 건물을 매입해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논하는 일이. (이만큼 슬럼프에 빠졌다는 이야기겠죠)


2. 지난 1월을 결산해보자면, 출판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다녀가셨어요.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서점의 현재와 미래에 동기부여를 주는 분들. 덕분에 '서점 하기를 참 잘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도, 세월이 지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진행했거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눌만한 사람이 있을까. 고민했죠.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게 솔직한 마음인걸요. 이미 많은 이들이 오고 간 공간이지만, 채워지지 않는 감정에 마음이 따끔거려요. 


3. '서점 하기를 참 잘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기를 썼건만, 무거운 이야기뿐이네요. 대학교에서 전공을 바꿔 편집자를 꿈꾸는 분을 만났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하는 편집자와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했고, 좋아하는 작가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 눈빛이 너무 반짝거렸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책을 대하는 감정과 태도는 사뭇 다르잖아요. 예민한 분별력을 서로 가지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책과 관련된 일을 오랜 기간 해낸 사람들과의 대화,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서점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사람과의 대화로 하루를 보내니, 서점 하기를 참 잘했죠. 


4. 지난달 북토크를 마치고는 윤동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초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어요. 독립출판물의 경우에는 초판 인쇄 부수가 더 적지만, 1인 출판사와 대형 출판사의 경우 보편적으로 1,500 - 2,500부를 인쇄한다고 들었어요. 이런 작은 서점에서는 작가, 출판 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특정 작가의 책을 100권 판매하는 서점이 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렵지도 않을 것 같더라고요. 서점을 아끼고 좋아하는 이들이 서점 주인의 큐레이션과 작가를 믿고 책을 구매하는 문화, 적당한 커뮤니티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봐요. 단행본 1종을 100권 이상 팔아본 경험은 많지 않아요. 그래도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니, 100권을 목표로 책을 권해야겠어요. 서점에서 100권을 팔았을 때, 작가분들도 서점에 방문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서점에는 작가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높은 독자들이 그만큼 있다는 이야기니, 밀도 높은 북토크가 이어지거나 사인회가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요. 


5. "팬이라서 어쩔 수 없이 사는 책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안 살 수가 없는 책. 그런 책을 나의 최애 작가가 또다시 쓸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팬이 작가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성원이 아닐까. 나는 그런 성원을 하루키에게 지속적으로 보내고 싶다. (p.55)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제철소 중에서


6. 삶의 다양한 방향성을 제안하는 서점 '다다르다'입니다. 서점 이름은 '다다르다' 고요. 회사 이름은 여전히 '도시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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