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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Feb 16. 2020

마음의 양식으로는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요

다다르다 서점일기 #12 서점원의 한 끼  


@K'Ups Gemüsekebap , 독일 베를린 


1. 출근길에 첫 번째 손님이 누굴까에 대한 상상으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첫 문을 여는 분께 커피라도 한 잔 내어드릴까 싶지만, 판매하는 커피의 가치가 떨어져 보일까봐 꾹 참는다. 


2. 아침과 점심, 저녁. 서점원의 일상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단어들이다. 아점을 먹고 출근해서 늦은 밤 저녁을 먹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평소에는 아점저 한 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음식 냄새에 예민한 공간인 카페나 서점의 경우에는 끼니를 거르며 공간을 지키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집에 가서 밥을 먹을 계획이지만, 배고픔을 견디지 못할 때에는 '마음의 양식만으로는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 양식을 먹고 돌아올게요' 라는 문구를 포스트잇에 붙이고는 성심당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떡볶이를 한 판 하고(?) 돌아온다. (성심당에 새로 출시된 '이탈리안 샌드위치' 정말 맛있다. 요즘 자주 먹는 아점이다. 4,800원) 


3. 이번 일기에서 서점 근처에서 혼자 밥 먹었던 집을 소개해야겠다. 혼자 서점 여행을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혼자 먹기 좋은 곳 위주니,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곳과는 다른 정보이니 오해 없기를. (생각보다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3-1 성심당의 우동야 : 지하상가 1층에 위치한 우동야는 일본 자가제면 방식을 이용해 우동을 만든다. 우동도 맛있지만, 일하는 분들의 밝은 에너지가 좋다. 뮤지션 권나무의 '튀김우동' 노래가 나올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튀김우동 3,500원 / 날치알진미채주먹밥 2,000원) 


3-2 오사카오코노미야끼 : 유난히 흡연자가 많은 이 골목을 좋아하지 않지만, 갈 수밖에 없는 날이 있다. 따뜻한 라멘 한 그릇과 파가 듬뿍 올려진 타코야끼가 생각날 때다. 담배 연기를 뚫고 갈만큼 맛있는 곳이다. (돈코츠 라멘 6,000원 / 네기 타코야끼 10개 6,000원) 


3-3 성심당의 테라스키친 : 본점 2층에 위치한 테라스키친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오전 시간대에 가면 한가한데, 치킨까스 오므라이스와 돈까스 오므라이스의 볶음밥과 소스, 계란이 부드럽고 맛있다. 급할 때는 곡물 샐러드 테이크아웃도 좋다. (돈까스 오므라이스, 치킨까스 오므라이스 7,500원, 곡물 샐러드 5,000원)


3-4 대원칼국수 : 싱싱한 쑥갓과 부추, 들깨가루가 듬뿍 올려진 칼국수의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 다녀온지 오래 되었는데, 놀랍게도 이 맛을 기억한다. 소박한 한 그릇인데 왜 이렇게 따뜻해. (칼국수 6,000원)


3-5 보통사람들 : 여기부터 서점에서 거리가 조금 멀다. 그래봐야 250m 떨어져 있는데, 유동인구가 많아 심리적 거리감은 멀다. 정말 오래된 밥집인데 매콤달콤한 오징어 덮밥이 맛있다. 아삭아삭한 야채가 가득한 쫄면도 추천. 벌써 군침 돈다. (오징어덮밥 5,000원 / 쫄면 4,500원) 


3-6 부잣집곰탕 : 소개한 곳 중에 가장 먼 식당이지만, 몸이 약해질 때 꼭 가는 곳이다. 조개젓으로 간을 해서 먹는데, 아마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나올 확률이 높은 곳이다. 이해할 수 없었던 '시원하다'의 미적 표현을 깨닫게 될 곰탕집. 김치도 맛있다. (곰탕 8,000원 / 양곰탕 9,000원 / 도가니탕 11,000원) 


@오사카오코노미야끼 , 대전 은행동 
@성심당 테라스키친 , 대전 은행동 
@성심당 우동야 , 대전 은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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