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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Feb 20. 2020

감정이 뒤죽박죽

다다르다 서점일기 #13 서점에서 만난 사람들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1.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일어나는 수 많은 감정 소모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플라스틱 화분을 깨고도 무작정 도망치는 사람, 눈치껏 연락하지 않고 떠나는 이들. 술 마시러 가느라 사거리 횡단보도에 주차를 하고 떠나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본인의 삶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 나는 왜 이들에게 변화를 기대하고,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걸까. 정작 부족함 투성인 내면을 튼튼하게 변화할 시간은 없다고 투덜대면서 말이다. 


2. 누군가 책과 서점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화가 났다. 책과 책 사이의 띠지가 엉켜 두 권의 띠지가 훼손될 상황인 것을 인지했음에도 꾸역꾸역 책을 넣어버렸다. 두 권의 띠지를 떼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날에는 단체로 서점을 방문하고 싶다며 30분 연장 영업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정기 휴무일이었지만, 누군가라도 만날 기대를 하면서 서점 문을 여는 날이었다. 삼십분쯤 더 머무르는 것이 뭐 어렵나. 어떤 사람들이 올 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주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하는 것 같았다. (?) 같았다. 여전히 의아한 부분은 본인의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점의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했다는 것. 앞으로 읽을 책을 논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덟 명의 손님이 두 잔의 커피를 주문했고, 구매하지 않은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서점보다 도서관이 익숙한 걸까. 아니면 사거리 횡단보도에 주차를 하고 떠난 사람처럼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는 걸까. 이런 분들이 반복해서 서점을 방문하면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지쳐 떨어질 것만 같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에 기대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3. 타인의 삶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무겁고 거창해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작은 마음인데 이렇게도 힘들 줄이야. 


4. 반가운 이야기보다 무거운 이야기가 많다. 반가운 일이 더 많은데, 좋은 일을 표현하는 것보다 무거운 일을 표현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진다. 마음이 뒤죽박죽이다. 


5. 컵라면에 물을 부으면 손님이 등장하는 이 상황은 왜 데자뷰인걸까.  


6. "'무엇을 하면 좋을까'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선택했다. '하지 않기'를 선택하자 일이 달라졌다. (p.227) 

『좋아서, 혼자서』윤동희, 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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