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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Jun 27. 2020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다다르다 서점일기 #35 서점원의 소박한 일상 

1. 지난 주에는 대전의 모 회사 사내 도서관 기획과 공간 구성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정신없이 바빴어요. 서점에 늦게 출근한 적이 두 번 있었는데, 혹시라도 닫힌 문과 마주한 손님이 있을까 싶어 마음 졸이며 출근했던 날이었어요. 긴박한 유선 전화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당장이라도 달려올 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예고 없는 감정의 이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거든요. 


2. 공간을 운영하며 느끼는 큰 보람 중 하나는,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거예요. 이제는 여행이 꿈이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고 싶은 곳을 기록하고 상상하며 새로운 날을 맞이해야겠죠. 요즘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어 <아이슬란드 너는 나에게 뜨거웠다> 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어요. 언젠가 다시 갈 날에 오늘 이 책을 통해 그리워했던 감정이 기억되면 좋겠어요.


3. 유튜브로 <알쓸신잡>의 짧은 영상을 흥미롭게 보는데, 김상욱 과학자의 밀리터리 덕후의 세밀함과 (프라모델도 역사적 사실과 시대적 배경을 꼼꼼하게 살펴 표현해야 한다는 장면) 아내를 향한 애정 표현 (거대한 우주는 어떤 의도없이 변화하고 움직일 뿐인데, 인간의 특정 행동이 우주에 비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나. 그럼에도 본인은 의미 없는 우주의 일부지만, 아내를 만나며 거대한 의미가 생겼다며. 아내를 만나기 위해 단세포 동물로부터 진화해 왔다고. 공룡이 멸종했다고.)에 감동 받았어요. 로맨티스트! 덕분에 최근에 유지원 디자이너님과 함께 쓴 <뉴턴의 아틀리에>를 샀습니다. (서점원이지만 책 진짜 많이 사고 있습니다. 이게 다 회사를 위한 일이죠. 응?) 


4. 저는 이번 주에 은유 작가님의 <올드걸의 시집>, 김하나 작가님의 <말하기를 말하기>, 김상욱, 유지원 작가님의 <뉴턴의 아틀리에> 완독을 목표로 해요. 여러분은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여러분의 독서 활동과 감정을 살피는 것이 저의 역할이에요. 취향이 맞다면, 더 깊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잖아요. 


5.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으로 인간의 품위를 지키고 싶었던 한 여자의 분투, 수없이 무너졌던 실패의 기록을 너그러이 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누군가 나에게 올드걸의 정의를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돈이나 권력, 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본래적 자아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 늘 느끼고 회의하고 배우는 '감수성 주체'라고. (p.14) 

"어딜 가나 치유와 긍정의 말들을 사나운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얼굴에 들이대어 삶에 눈멀게 할 때, 시는 은은히 촛불 밝혀 삶의 누추한 자리 비춰 주니까. 배신과 치욕과 절망과 설움이라는 분명히 존재하는 삶의 절반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덮어 두는 그 구질구질한 기억의 밑자리를 시는 끝내 밝힌다." (p.18) 

<올드걸의 시집> 은유, 서해문집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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