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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Jul 03. 2020

독립서점은 공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다.

다다르다 서점일기 #36  악감정 

누군가 서점을 방문해 한참 머물다 가는 것을 기대하고 환영한다. 가끔 공간에 사람이 가득한 것을 보면 "세상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라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라며 감격스럽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공간이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읽을 만한 책을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어 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서점에 와서 의무적으로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고, 책과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사고와 상상과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는 한참 책을 읽던 분이 책의 모서리를 접어 표시를 남기고 떠났다. 서점에 여러 차례 방문했던 이도 아니고 (그랬다면, 이렇게 하지 않겠지), 고맙다는 말을 남긴 것도 아니다. 당장은 살 수 없어 다음에 다 읽고 사겠다는 말도 건네지 않았다. 공간에 와서 읽던 책을 다시 읽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한 것일까. 


독립서점, 동네책방은 사회적으로 공공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에 비해 공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다. 도서관과는 다른 형태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단계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도서관과 대형서점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지 않고도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는 일부의 생각도 바뀌기를 바란다) 반품이 되지 않는 책은 결국 서점 주인의 몫이고, 반품이 되더라도 출판사의 몫으로 되돌아갈 뿐이다. 결국 누군가 가볍게 여긴 마음을 감당해야 할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 독립서점의 공공성을 이해하고 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펼칠 수 있을 만한 정책이 필요하다. 


We are all different, So we can reach each other.  우리는 다 다르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다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서점 브랜드 <다다르다>를 론칭했다. 다양성을 존중할 만한 태도와 마음이 부족했는지, 한 순간에 감정이 무너졌다. 독립서점, 동네책방으로 어떻게 소문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공간과 서점 브랜드로 평가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문학 섹션이 뭐 이렇게 부실하냐, 카테고리 설정이 잘못된 것 같다, 한 종류의 책을 왜 이렇게 쌓아두었냐, 영수증 일기를 출력해줬더니 내게 혐오 감정을 드러내며 "허- 쓰레기- " 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소수의 악감정에 하루가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쉴 때가 된 건가.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돈을 많이 갖고 산 사람들, 눈물 흘릴 줄은 모르고요. 책을 많이 읽고 산 사람들, 책을 찢을 줄은 모르네요. 예쁜 애인이 있는 사람들, 뭐가 예쁜지는 모르고요. 신을 많이 믿고 산 사람들, 자기 탓은 할 줄 모르네요. 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가 청춘을 허비하고 세상이 지운 빚을 갚다 내 빛을 잃고,  이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줄 모르고 저 창문만 바라보네." 

<이건 편협한 사고> 권나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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