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르다 서점일기 #39 믿음, 소망, 사랑
1. 소심한 트리플 에이형,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더 화가 나는 네이버 평점 테러에 일주일간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믿음, 소망, 사랑을 나누는 서점원이 될 거예요. 분발할 겁니다.
2. 사진첩을 들추다가 『아내를 닮은 도시』, 『도시를 걷는 문장들』 강병융 작가님과 함께 찍은 북토크 사진을 발견했다. 아주 어렵게 모셨다고 거짓말했는데, 작가님이 이거 거짓말이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셨다. (부끄러움) 전국 일주와 다를 바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작가님은 첼시의 축구 선수 코바치치처럼 정교하고 빠른 발재간, 아니 말재간으로 독자 분들을 압도했다. 우리가 이 곳에 왜 함께 있는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던 작가님의 북토크 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가끔 첼시 팬인 작가님과 축구 이야기를 나눈다)
3.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속도를 체감할 수 없는 요즘, 반복되는 공간에서의 서점 업무로 풀리지 않는 숙제를 들고 어떤 선생님을 만나야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눈 앞에 두고 이런 독립 서점의 존재가 유의미할까.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는 순간, 겨우 지역에 문화를 만들고 있는 독립서점은 삽시간에 사라질 확률이 높다. 겨우 오프라인에서의 문화 활동과 독서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사회의 선순환을 고민하다가도, 문화 감수성이 없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정책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 가는 기분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역을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도 사라져 무언가를 하려다가도 포기하는 마음이 더 크다. 이게 지금껏 살아왔던 삶과는 다르기 때문에 서점의 미래를 비롯해 내 삶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다가도 아주 작은 종이에 겨우 스케치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4. Life goes on. 살아가거나 살아내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있다. 지금의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하루의 속도가 더디게 흘러갈 거라 믿는다. 믿음, 소망, 사랑을 나누는 서점원이 되고 싶다.
5. 오늘도 로맨틱 대전, Romantic Daejeon.
6. 슬픔과 외로움의 경계에서 감당하지 못할 감정으로 가득 찬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이은 세 번째 산문집은 시대의 슬픔을 기록하고, 슬픔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한다. 서로의 ‘결여’를 교환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관계에 대한 고찰 외에도, 커뮤니케이션에 무능한 사람들이 빠지게 되는 권력에 대한 집착, 유행어를 통한 세태 관찰 등 문학 작품 이외의 세상 전반을 고찰하는 저자의 ‘정확한’ 시선을 통해 우리는 더욱 더 깊어진 신형철 평론가의 생각과 문장을 만나게 된다. (서점원 라가찌)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확한 길이기는 하지만, 쉽고 빠른 길은 아니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섬세하고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해야 한다. 그어렵고느린길을걸을능력도의지도없는 이들은그대신권력을가지려한다.권력을얻어 명령의 주체가 되면 커뮤니케이션을 생략해도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p.344)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출판 중에서